경기 고양시 일산차병원 신생아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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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에 사는 임신부 김모 씨는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인근 도시 병원에서 매달 정기검진을 받는다. 거창군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산부인과가 없어 분만 시 무통 주사를 맞거나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산통이 오면 1시간 넘게 달려가야 해 막막하다”고 했다.
김 씨처럼 의료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산모의 절반 이상은 1시간 이상 떨어진 병원에서 ‘원정 출산’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 출산을 경험한 의료 취약지 산모의 40%도 거주하는 시군을 벗어나 인근 대도시 등에서 원정 출산을 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3차 의료혁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대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논의했다. 이달 4~10일 만 18세 이상 국민 2021명을 대상으로 분만, 소아, 응급 등 의료서비스 이용 경험을 조사한 결과다. 혁신위는 지역 필수의료 취약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 달간 거창군, 강원 평창군 등 4곳 주민과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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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지에서 분만을 위해 1시간 이상 걸리는 병원에 가는 주민들의 비중은 53.2%로, 수도권 미취약지(28.0%)보다 훨씬 높았다. ‘1시간 이내 소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다’는 응답도 의료 취약지가 13.5%로, 수도권 미취약지(2.1%)보다 6배 이상 많았다.
간담회에서 취약지 주민들은 응급 상황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치료할 의료기관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남 구례군에 사는 박모 씨는 “지역에 신장 투석 환자가 수십 명인데, 지난해 투석실을 운영하던 병원이 폐업해 광주나 순천까지 투석을 받으러 간다”고 했다. 경남 함양군 주민 조모 씨는 “지역의 정신건강의학과가 매일 문을 열지 않아 결국 진주시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혁신위는 이날 회의에서 취약지 주민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초고령사회 대비 보건의료 체계 구축 △미래환경 대비 지속가능성 제고 등 3개 분야 10개 의제를 확정했다. 혁신위는 “수도권 대형병원과 지역 종합병원 사이의 의료 서비스 질 격차 해소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며 “전문위원회를 통해 체감도 높은 대책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