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연구부총장 직속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와 혁신을 꿈꾸는 고려대학교 소속 유망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인공지능(AI)이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시대다. 수많은 기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외치며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들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조직도 적지 않다. 국방, 공공기관, 금융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이자 기업의 존망을 결정짓는 민감한 데이터를 다룬다. 따라서 외부망에 핵심 정보를 저장할 수 없다. 이 환경에서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는 처음부터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공공·국방·금융 산업이 AI를 다루기 위해 선택한 건 내부망 구축이다. 자체 데이터 센터 내에서 AI 환경을 구축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내부 구축형)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내부망에서 AI 모델 구축이 어렵다는 점이다. AI 모델 선택, 데이터 학습 범위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고 기술적 진입장벽도 높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한민성 어드바이저로렌 대표 / 출처=IT동아
데이터 유출의 위험을 원천 차단하면서도, 전문가 수준의 판단을 내리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해법을 제시한 스타트업이 있다. 공공·국방·금융 분야의 AI 전환을 돕는 온프레미스 기반 AI 솔루션 기업 어드바이저로렌이다.
챗GPT 3.0 이후 AI의 변화를 준비하고 싶었다
한민성 어드바이저로렌 대표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머신러닝 연구, 키움증권에서 데이터 활용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하며 AI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AI의 가능성을 믿고 창업을 준비했다. 챗(Chat)GPT 3.0의 등장을 보며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느꼈다는 게 창업 이유다.
그는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의 시대가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무 맥락을 파악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에이전트를 제대로 구축해야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생긴다고 봤다. 자연스레 범용 AI가 아닌 고유의 데이터를 가진 온프레미스 AI 인프라 시장에 주목했다.
광고 로드중
어드바이저로렌은 온프레미스 기반 AI 인프라 구축을 돕는다 / 출처=어드바이저로렌
어드바이저로렌은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현장에서 쓸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오픈소스 LLM을 단순히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범용 AI 모델은 대중을 대상으로 설계되어 있어 특정 기업의 고유한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기회로 삼아 온프레미스 인프라 내에 VLM(비전 언어 모델), Text2SQL(자연어 기반 SQL 변환 기술), GraphRAG(지식그래프 기반 검색 증강 생성), Secure MLOps(AI 모델 성능 유지·관리 플랫폼)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고객의 업무 구조에 맞게 재설계하는 데 집중했다.
현장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AI
어드바이저로렌의 경쟁력은 인프라 구축 및 AI 통합(Integration) 역량이다. 많은 AI 기업이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 방식을 지향할 때, 어드바이저로렌은 버티컬(Vertical, 수직적) 확장을 택했다. 고객의 고유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업무 단위를 아주 잘게 쪼개어 AI가 이해할 수 있는 세밀한 매뉴얼인 ‘온톨로지(Ontology)’를 구축한 것이다.
광고 로드중
풍력발전기 결함을 찾으려면 통상적으로 5년에서 7년 차 정도 숙련된 시니어 작업자가 투입되어야 90% 이상 정확도를 보이는 고난도 작업이다. 이를 범용 AI 서비스인 챗GPT나 클로드(Claude) 등에 맡기면 정답률은 50%~60% 수준에 그친다. 목적에 맞게 특화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어드바이저로렌은 서비스 정확도를 높이고자 7만 5000 장의 결함 사진을 직접 확보했다. 이어 30명의 인력을 고용해 도메인 지식(온톨로지)을 교육시킨 뒤 동일한 기준으로 데이터에 레이블을 붙였다. 크로스 밸리데이션(교차 검증)까지 거쳐 데이터 품질 인증까지 받았다. 그 결과 1년 차 작업자를 뛰어넘는 83%의 정답률을 기록했으며, 내부적으로는 90%에 육박하는 고도화 에이전트 모델을 완성했다. 이 모델은 국제 인증 기관 와이즈스톤(Wisestone)으로부터 클래스 A 등급(정확도 99.7% 이상 기준)을 획득했다.
어드바이저로렌은 고객 업무 환경에 적합한 AI 구축에 집중한다 / 출처=어드바이저로렌
한민성 대표는 “AI 모델에 데이터를 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워크플로우(업무흐름)를 분석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기획·정제·어노테이션(라벨링)한 뒤 학습, 배포하는 전 과정을 책임집니다”라고 강조했다. 남부발전 내부 AI 인프라 위에서 구동되는 이 솔루션은 어드바이저로렌의 집요함과 엔지니어링 역량이 빛을 발한 결과물이다.
어드바이저로렌의 노력은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는다. 물리적 환경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피지컬 AI 영역으로 진화 중이다. 드론을 활용해 발전기 내외부의 결함을 자율 비행으로 탐지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스스로 접근해 확대 촬영을 수행하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 사례 외에도 우리은행과 함께 금융 데이터를 온톨로지 기반으로 구조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은행 앱에서 투자 정보 섹션에 접속하면 어드바이저로렌이 제공하는 금융 데이터 서비스가 표시되는 방식이다.
데이터에 민감한 공공·국방·금융 분야에 AI 전환을 돕는 구조는 마치 미국 데이터 기술 기업 팔란티어와 비슷하다. 한민성 대표도 현장 엔지니어가 고객 업무를 직접 익힌 뒤 이를 자동화·에이전트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이 팔란티어와 닮았고 설명했다.
어드바이저로렌의 AI 에이전트는 현장 중심으로 작동한다 / 출처=어드바이저로렌
어드바이저로렌은 2026년부터 ‘2인 1조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체제를 구체화했다. AI 엔지니어와 업무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고객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다. 기술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AI 설계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는 식이다. 기업 업무 환경에 맞춰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AI 시스템 통합(Integration)인 셈이다. 시제품 시연이나 기술 자랑에 매몰되지 않고, 실제 사용과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기업 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AI 인재 확보, 글로벌 시장 진출은 해결 과제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장에 뛰어든 어드바이저로렌이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한민성 대표는 고급 AI 인재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도전 과제로 꼽았다.
“공공·국방·금융 산업은 코딩만 잘하면 안 됩니다. 데이터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산업 구조와 보안의 엄격함을 동시에 바라보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죠. AX 수요가 빠르게 증가 중인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하는 것도 고민거리입니다.”
어드바이저로렌은 해외 인재 유입과 기술 고도화로 이 문제를 풀어갈 방침이다. 먼저 인도네시아 가자마다대학교(UGM)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으로 현지 AI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는 정부 지원사업으로 해결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초거대 AI 데이터 구축 사업,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고성능컴퓨팅(NPU) 지원 사업으로 VLM과 GraphRAG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다.
대한민국 데이터 안보와 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인프라’ 꿈꾼다
어드바이저로렌은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논문 발표, NIA 초거대 AI 데이터 구축 사업 종합점수 1위, 신용평가원 D-테스트베드 우수상, NIPA 고성능컴퓨팅 지원사업 우수 평가 획득 등 성과를 냈다. 800만 월간 활성 사용자(MAU)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금융 플랫폼 서비스 인프라까지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어드바이저로렌의 온프레미스 AI 인프라 사업 확대 뒤에는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의 초기창업패키지 프로그램 지원이 있었다. 어드바이저로렌은 지식재산권 확보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상담을 받았다. 두바이에서 매년 개최되는 정보통신기술 전시회, 자이텍스(GITEX) 참가 기회도 제공됐다. 이 자리에서 드론 비전 AI 모델과 GraphRAG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한민성 대표는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투자자 네트워킹, 글로벌 전시회 참가까지 전방위적으로 제공된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의 지원은 어드바이저로렌이 질적, 양적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민성 어드바이저로렌 대표 / 출처=IT동아
“미국은 아직 AI가 선택이지만, 한국에서 AI는 필수가 됐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 숙련 인력 공백이 불가피합니다. 인도, 중국이 빠르게 모바일 환경으로 이동한 것처럼, 한국도 AI 전환을 서둘러 숙련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드바이저로렌은 대한민국 공공·국방·금융 분야에서 데이터 유출 없이 AI가 가장 깊고 은밀한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게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겠습니다.”
어드바이저로렌은 세상이 주목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에서 AI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는 세상을 꿈꾼다. 한민성 대표는 AI의 다음 경쟁 무대는 모델이 아니라 현장 자체가 될 것으로 보고, 고객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AI 설계·배포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