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워싱턴DC 미 상공회의소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Bloomberg/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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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떠올리게 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금융권 경쟁 심화 속에서 일부 은행들의 대출 확대 움직임을 두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월가 내부에서는 현재 금융 환경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동일선상에 두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함께 제기되며 시장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투자자 대상 행사에서 금융업계 경쟁 상황을 언급하며 “2005~2007년과 거의 같은 모습을 보고 있다”며 일부 기관들이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차이에서 발생하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이익(NII)을 늘리기 위해 “멍청한 일(dumb things)”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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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먼의 경고…“신용 사이클 결국 악화”
다이먼은 신용 시장이 장기적으로 다시 악화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시장 내부에서 잠재적 리스크가 누적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언급하며 당시에는 “상승장이 모든 배를 띄우며(rising tide lifting all boats) 위험 신호를 가려버렸다”고 말했다. 수익 확대 경쟁 속에서 리스크가 축적됐지만 시장 호황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 금융업체 트리컬러 홀딩스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퍼스트 브랜즈 그룹의 파산 사례를 언급하며 그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이면 더 많은 바퀴벌레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 부실이 더 큰 신용 문제의 전조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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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 전반이 곧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과 주요 투자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바젤Ⅲ 규제로 은행 자본비율과 유동성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손실 흡수 능력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위기 대응 능력을 점검받고 있어 당시와 같은 구조적 취약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현재 상황을 금융 시스템 붕괴 위험보다는 고금리 환경에서 나타나는 신용 조정 국면으로 해석한다. 경기 둔화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은행권 전반의 연쇄 붕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 AI 충격 변수…시장 흔드는 ‘공포 거래’
다이먼은 이번 신용 사이클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이 등장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 금융위기마다 문제가 발생한 산업이 달랐다며 이번에는 인공지능(AI) 확산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사업 모델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신용시장 변수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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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시작인가, 정상화 과정인가
시장에서는 다이먼의 발언을 단순한 위기 경고라기보다 “시장은 불안하지만 대형 은행은 대비돼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는 JP모건이 AI 경쟁에서도 상당한 수혜를 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20년 넘게 JP모건을 이끌어온 다이먼의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로 수년간 더 재직할 계획이며 이후 일정 기간 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