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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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 버티면 되지 않겠어요?”
최근 우리 정부 안팎의 인사들을 만나면 종종 듣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워낙 거센 데다 그들의 요구가 롤러코스터처럼 변덕까지 심하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까지만 일단 버텨보잔 뜻이다.
최근 집권 공화당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하며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에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 무효화하며 또 하나의 큰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그러자 이젠 일각에선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몇 달만 버티면 되겠단 낙관론마저 퍼지고 있다.
어설픈 버티기 간파되면 보복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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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버틸 만한 기간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우리 기업들에 3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공급망 전체를 새로 짜는 기나긴 고통의 과정일 수 있다. 관세는 기업의 공장 위치, 조달망은 물론 투자 계획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자동차와 의약품처럼 공급망이 길고 규제가 많은 산업은 한번 생산·투자 방향이 바뀌면 되돌리기도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마음먹고 보복에 나서면 3년은 우리 산업 생태계를 어지럽게 흔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란 의미다. 3년만 버티자는 안일한 생각이 자칫 더욱 큰 불확실성의 늪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적 의도 배제, 냉정하게 실리 챙겨야
어떻게든 3년을 버텨 미국 정권이 바뀐들 무역 환경이 확 나아질까.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이 집권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강경한 무역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로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인 브루킹스 연구소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충격을 지금까진 대체로 흡수해 왔다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발 무역 정책이 미 경제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의한 경제안보 개념과 강경한 무역 정책이 3년 뒤면 좋든 싫든 미국의 ‘뉴노멀’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에 먼저 패를 다 보여주며 앞서 나가잔 얘기는 아니다. 이번 미 대법원의 관세 판결처럼 변수는 많고, 자칫 너무 많은 걸 약속하면 그걸 되돌리기도 어렵다. 다만 최근 대미 통상 대응 과정에서 우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드러난 정치적 의도나 감정 개입 등 모습은 불안하다. 국내 여론을 의식해 보란 듯 불만을 제기하거나, 실리 없는 자존심 싸움으로 버틴다면 자칫 미국에 보복의 빌미만 제공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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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워싱턴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