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값 12년새 87% 급락 효과 中 보조금 정책-세제 혜택도 영향 기아 EV6도 300만원 인하 가세 국내 시장 선점 경쟁 치열해질듯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인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일시적인 할인 행사가 아니라 아예 가격을 내려 팔고 있다.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가격 할인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볼보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X30의 가격을 3월 1일부터 인하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가장 싼 세부 모델(트림)인 ‘코어(Core)’ 가격은 4752만 원에서 3991만 원이 된다. 나머지 두 상위 트림도 700만 원씩 낮아져 ‘울트라(Ultra)’ 트림은 4479만 원, ‘울트라 CC’ 트림은 4812만 원으로 책정됐다.
광고 로드중
이 같은 가격 인하가 가능해진 배경으로는 떨어진 배터리 가격이 꼽힌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은 2013년 kWh당 827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108달러까지 떨어져 단가가 87%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도 늘면서 가격이 내릴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
전기차 생산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퍼주는 중국도 가격 인하를 가능케 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가격 인하 폭이 가장 큰 테슬라 모델3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공개한 정보를 보면 테슬라는 중국 정부로부터 2020년 한 해에만 총 21억2300만 위안(약 4442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볼보도 EX30 생산라인을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벨기에로 이전했지만 그 전까지는 중국에서 생산했다. 또 EX30은 모회사인 중국 지리자동차의 플랫폼과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하 경쟁에 현대자동차그룹도 가세했다. EV6의 가격을 300만 원, EV5 가격을 280만 원씩 각각 내렸다. 그 외 EV3와 EV4는 할부 금리를 1% 안팎으로 낮춰 가격 인하 효과를 냈다. 기아 측은 “이자 부담만 260만 원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이 같은 가격 인하 경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의 신제품이나 전기차 같은 신기술 차량에 대한 관심과 구매 욕구가 다른 국가보다 높다 보니 한국은 신형 전기차의 ‘시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격 경쟁이 다른 나라보다 더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전기차는 물론 볼보 등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들마저 국내에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산 전기차들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