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팬 경험 혁신으로 흥행 견인 피치클록-ABS로 관람 경험 개선 숏폼 개방해 디지털 확산 가속 IP 사업 강화해 수익 구조 다각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2025년 3월 케이스티파이와 협업해 출시한 휴대전화 케이스. 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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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가 거둔 성과다. 이는 단순한 흥행 반등을 넘어 프로야구가 ‘경기를 보는 스포츠’에서 ‘경험을 소비하는 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한국프로야구 리그를 총괄하는 KBO는 투수와 타자, 포수의 준비 동작에 제한 시간을 두는 ‘피치클록’ 제도 도입 등 경기 시간 단축을 통한 관람 부담 완화, 선수와 구단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 다양화, 경기 중계 영상을 숏폼 콘텐츠로 재가공해 디지털 플랫폼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미디어 전략을 통해 야구를 복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팬 경험을 혁신하며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월 1호(434호) 아티클을 요약해 소개한다.
● MLB 벤치마킹 넘어 한국형 제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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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KBO는 경기가 늘어지면 젊은 팬들이 떠난다는 MLB의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클록’ 도입을 추진했다. 또한 MLB를 벤치마킹하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프로야구가 직면한 문제에 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인 혁신을 단행하기도 했다. 바로 1군 리그 전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이다. KBO는 ABS 도입에 앞서 현장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간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 평균을 찾았다. 2023년 한 해 동안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경우 등 명백한 오심을 제외하고 인간 심판들의 판정 데이터를 역추적해 평균 스트라이크 존을 도출했다. 그 결과, 2025 시즌 기준 선수 신장의 상단 55.75%, 하단 27.04%라는 ‘한국형 스트라이크 존’ 기준을 확립했다.
● ‘숏폼 빗장’ 풀어 디지털 암흑기 극복
ABS가 전면 도입된 2024년은 KBO의 미디어 전략 측면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KBO는 2024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논의하고 있었다. 당시 허 총재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KBO는 협상 테이블에서 하나의 조건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경기 관련 숏폼 영상 등 2차 저작물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2019년부터 5년간 이어진 네이버, 카카오 등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뉴미디어 중계 구조하에서 KBO 리그는 디지털 암흑기를 겪어야 했다. 포털 사이트가 거액의 중계권료를 지불한 만큼 경기 영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무료로 유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처는 2024년 중계권 경쟁 입찰이었다. KBO는 협상 테이블에서 “지금 시대에 경기 영상의 다양한 활용을 막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티빙(TVING)은 KBO와 야구팬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40초 미만 분량의 경기 관련 숏폼 영상 제작을 허용한 것이다. 미국프로농구(NBA)가 숏폼을 전면 개방해 젊은 층을 유입한 사례를 벤치마킹한 이 전략은 적중했다. 티빙과의 중계권 계약으로 ‘디지털 빗장’이 풀리자마자 야구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뒤덮기 시작했다. 팬들은 단순히 야구 경기를 시청하는 것을 넘어 재미있는 장면을 자르고 편집해 움짤과 쇼츠로 만들어 퍼날랐다. 돈 한 푼 쓰지 않고도 수만 명의 마케터가 24시간 리그를 홍보해 주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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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협업에 주력하며 야구가 관람 스포츠를 넘어 팬들의 일상 전반에 녹아들어 소비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KBOP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구단 IP를 활용한 상품의 디자인 퀄리티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팬들은 냉정하다. 예컨대 “한화 이글스 상품은 힙한데 우리 팀은 촌스럽다”는 비교가 시작되면 팬덤의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KBOP는 모든 팬과 구단이 만족할 만한 콜라보 상품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검증된 브랜드와의 협업을 전략으로 택했다. 자체적인 기획 역량만으로는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미 시장에서 디자인과 품질을 확실하게 검증받은 각 분야 1등 브랜드들의 역량을 빌려 협업 상품의 퀄리티를 높이는 전략이다. 케이스티파이, 오덴세, 무신사 같은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야구 경험을 일상화하는 KBOP의 마케팅 전략은 실질적인 수익 구조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과거 KBOP 매출에서 중계권료를 제외한 IP·콜라보 사업 비중은 1∼2%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각종 브랜드 콜라보가 연이어 흥행하며 현재 관련 분야의 매출 비중은 10%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야구 경기라는 상품 제공 방식과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팬 경험이 경기장을 하나의 ‘복합 여가 공간’으로 만든 점이 최근 한국프로야구 흥행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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