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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약속한 韓, ‘트럼프 상호관세 위법’으로 불확실성 휩싸여

입력 | 2026-02-21 00:35:00

취임 1년 맞은 트럼프에 정치적 치명타
韓 비롯 투자협정 국가들 혼란 불가피



[AP/뉴시스]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국가별 상호관세 조치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보수 인사들로 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경제 정책의 핵심인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는 취임 1년 만에 정치적 치명타를 입게 됐다. 한국을 비롯해 상호관세를 인하하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국가들은 거대한 불확실성에 다시 놓이게 됐다.

● 美 상호관세, 법적 근거 상실

20일(현지 시간) 미 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6대 3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1977년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해왔다. 미 대법원은 이것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해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본 1·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대통령은 금액, 기간, 범위에 제한 없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비상한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주장하는 권한의 범위, 역사, 헌법적 맥락을 고려할 때 그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명확한 의회의 승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시행한 캐나다·멕시코산 25% 관세, 중국산 10~145% 관세, 모든 교역국에 최소 10%를 적용한 상호관세 등은 법적 근거를 상실하게 됐다.

미 대법원이 이미 징수된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IEEPA를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위법으로 판결난 데 따라 상호관세로 인해 징수된 금액은 환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이터 통신은 펜실베이니아대의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을 인용해 트럼프 관세로 인해 징수된 금액은 1750억 달러(약 254조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관세 무효화됐지만 투자 약정 되돌리긴 어려울듯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체결한 국가들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이미 맺은 투자 약정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전히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특정 분야에 대한 품목 관세가 유효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복관세 등 다른 형태의 ‘관세 무기’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관세 문제가 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상호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7월 미국과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 이를 근거로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는 대미 투자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며 인하가 지연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매년 최대 2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기로 합의한 데 따라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현재 15%인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 품목 관세와 상호관세를 한미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 점을 문제삼았다.

해당 발표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에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루이지애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사업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기도 하는 등 미국의 투자 압박이 거세진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하는 내용의 문안을 연방 관보에 게재하는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로 한국 입장에선 다소 시간을 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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