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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밀고, 최민정 끌고… 8년 앙금 떨쳐낸 ‘금빛 팀워크’

입력 | 2026-02-20 04:30:00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金
沈-崔, 평창때 ‘고의 충돌’ 갈등 씻어… “힘든 상황 많았지만, 다 같이 잘 버텨”
‘강력한 푸시’ 沈, 우승후 뜨거운 눈물… 崔 “좋은 팀원 덕분, 선배업적 계승”




강력한 ‘뒷심’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심석희(뒤)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다음 주자인 최민정을 온 힘을 다해 밀고 있다. 밀라노=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심석희(29)가 밀어주고, 최민정(28)이 끌었다. 과거의 앙금을 떨쳐내고 ‘원 팀’으로 뭉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두 선수와 김길리(22), 노도희(31)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개최국 이탈리아(4분04초107)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에 여자 계주의 금맥을 다시 잇는 순간이었다.

경기 초반 위기에서 경험 많은 최민정과 심석희의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결승선까지 열여섯 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던 최민정은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의 미셸 벨제부르(23)가 넘어졌을 때 침착하게 속도를 낮추며 충돌을 피했다. 그사이 이탈리아가 2위로 치고 올라서며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졌다.

차근차근 간격을 좁혀 나가던 한국은 다섯 바퀴를 남긴 직선 주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3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대기하던 최민정의 등을 온 힘을 다해 밀었다. 키 178cm로 체격 조건이 좋은 심석희의 ‘뒷심’을 받은 최민정은 폭발적인 탄력을 얻어 단숨에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길리는 두 바퀴를 남기고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36)의 인코스로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결승선까지 질주하며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대회 때 불거진 ‘고의 충돌’ 논란으로 감정의 골이 깊었다. 당시 둘은 1000m 결선 도중 충돌해 모두 메달을 놓쳤다. 이후 심석희가 대회 당시 팀 동료들을 비하하고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심석희는 2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아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했다.

심석희가 대표팀에 복귀한 뒤에도 둘은 빙판 위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계주 경기 때도 신체 접촉을 피했다. ‘심석희의 강력한 푸시’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여자 대표팀은 지난 두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

초등학생이던 김길리(가운데)가 당시 국가대표였던 심석희(왼쪽), 최민정과 찍은 기념사진. 700크리에이터스 제공

변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작됐다. 최민정이 “대표 선수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 팀’을 선언하면서다. 작년 10월 월드투어 1차 대회부터 두 선수의 ‘밀고 끄는’ 호흡이 살아났다. 4번 주자 심석희가 1번 주자 최민정의 등을 밀어주는 ‘필승 공식’을 완성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밀라노 선수촌에서 열린 심석희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했다.

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심석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여자 계주에서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심석희는 “준비 과정부터 오늘 결승까지 힘든 상황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다 같이 잘 버텨내 벅찬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개인 통산 6번째(금 4개, 은메달 2개)이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최민정은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 최민정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의 업적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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