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온이 13일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사상 첫 금메달 딴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가온은 올림픽 직전 훈련 도중 왼쪽 손가락 인대 골절 부상을 당해 반깁스를 한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리비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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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막내 최가온 선수(18)가 13일 새벽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부상 투혼 끝에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자신의 우상이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여제 클로이 김(26·미국)을 제쳤다. ‘가온’이란 순우리말 이름대로 시상식의 ‘한가운데’ 우뚝 선 것이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결선에서 세 번 경기를 치러 합산이 아닌 가장 높은 점수로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다른 종목보다 역전승의 확률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 선수가 이날 결선 1차 시기 도중 슬로프를 데굴데굴 굴러 눈밭에 떨어진 뒤 한동안 의식을 잃고 일어나지 못했을 때 올림픽 역사에 오래 남을 대역전극을 펼칠 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최 선수는 보드가 파이프 벽에 걸려 넘어지면서 오른쪽 무릎과 허리, 머리를 부딪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내 다리를 믿고 해보자”며 일어나 2차 시기에 도전했고 다시 넘어졌다. 절뚝이는 다리로 마지막 3차 시기에 나서 준비했던 점프 다섯 가지를 완벽하게 해내며 11위였던 순위를 단박에 1위(90.25점)로 끌어올렸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내 자신의 경기를 펼치는 10대 선수를 보며 소름 돋는 감동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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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선수는 종목은 달라도 큰 부상을 극복한 공통점이 있다. 최 선수는 이번 대회 부상 말고도 2024년 초 척추 골절로 대수술을 받았고, 임 선수는 중학교 시절 정강이뼈와 발목 골절로 18개월이나 재활을 했다. 유 선수 역시 발목 골절과 손목 골절을 포함한 큰 부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최 선수는 “난 넘어지면 더 강해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한국 겨울 스포츠 지평을 넓히고 세대교체를 선언한 겁 없는 10대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