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음주율, 청년층 줄고 장년층 증가 러닝, 운동, 취미 활동이 ‘술 자리’ 대체 “회식도 퇴근 뒤 보단 업무시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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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과음을 자주해서 3㎏ 넘게 살이 쪘어요. 요즘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 운동과 식단 관리를 시작했어요. 술보다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서울 중구 30대 직장인 이모 씨)
“술을 조금만 마셔도 몸이 안 좋아지는 느낌을 받아요. 소품샵이나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거나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게 취미라서 술집은 안가요.”(20대 여성 최모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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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술에 취하는 것보다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즐기려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란, ‘술에 취하지 않은(Sober)’과 ‘궁금한(Curious)’을 합친 신조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삶에 호기심을 갖고 의도적으로 술을 줄이거나 끊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한다.
● 음주율, 2030은 줄고 5060은 늘고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성인 음주율은 1%가량 감소했다. 최근 5년 기준으로 57~59%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대의 경우 2020년 64.4%에서 2024년 63%로 하락했다. 30대는 같은 기간 69.2%에서 65.3%로 감소했다. 다른 연령대는 모두 음주율이 올랐는데 20~30대만 떨어졌다. 50대의 경우 54.6%에서 56.6%로 증가했고, 60대는 44.4%에서 48.7%로 무려 4.3%나 증가했다.
2030세대의 술 기피 현상은 고위험 음주율(최근 1년간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성은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마시는 비율)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대의 고위험 음주율의 경우 2018년 15.9%까지 가기도 했지만 2024년 처음 한 자릿수(9.9%)로 감소했다. 30대 고위험 음주율은 2018년 15.2%에서 2024년 14.5%로 하락했다. 반면 50대는 14.6%에서 14%, 60대는 11.2%에서 10.9%로 두드러진 차이가 없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요즘 2030세대의 경우 ‘건강’ 키워드를 중시하고 개인주의의 문화를 갖고 있는 반면, 5060세대는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모임 등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기존의 음주문화에서 탈피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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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은 2030세대의 술 소비량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헬시플레저란, 건강을 챙기면서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소비 행태다. 이 같은 소비 행태는 2030세대의 소비 행태를 대변한다. 술자리를 줄이는 대신 운동이나 자기관리에 시간을 쏟고, 억지로 식단을 관리하기보다는 운동 과정 자체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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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증 문화’가 확산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X(엑스·옛 트위터)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헬스 #러닝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운동 사진, 몸무게, 체지방률 등 인증샷을 올린 젊은이들이 줄줄이 나온다.
2030세대가 술 없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러닝크루, 독서, OTT, 소모임 등 취미 활동이 생겨나면서 회식이나 술자리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던 문화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술값=낭비’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가 술값을 ‘매몰 비용’으로 인식한다고 분석한다. 매몰 비용은 이미 투자를 했거나 지출을 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치솟는 물가에 학비, 주거비 등 들어갈 비용이 많다 보니 2030 세대에게 술값은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로 인해 같은 돈이 들어간다면 회수가 불가능한 술자리가 아닌 취미 활동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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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식 시간도 2030 “업무 시간에”vs 5060 “퇴근 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도 술 문화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일선 기업 임원급, 부장급 정도인 5060세대는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며 단합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문화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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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회원 888명을 대상으로 ‘송년회 및 연말 회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20대와 30대는 송년회 시간대로 ‘업무 시간’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각각 36.0%, 37.7%로 가장 높았다. 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송년회와 연말 회식의 필요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20대 47.5%, △30대 51.0%, △40대 66.5%, △50대 이상 68.9%)
송년회 시간과 형태는 2030세대와 4050세대의 선호도 차이가 극명했다. △20대와 △30대는 ▲업무 시간(△36.0%, △37.7%)에 ▲식사만(△38.8%, △35.8%) 하는 형태를 가장 선호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저녁 시간(△44.3%, △60.2%)에 ▲식사와 음주까지(△35.7%, △47.2%) 하는 형태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5060세대만 하더라도 직장생활에 있어서 관계를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2030세대의 경우 다르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조직 내 관계를 형성하는 것보다는 개인 역량이나 성공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2030세대의 음주량 감소, 전 세계적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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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의 술 소비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음주 문화’가 확연히 바뀌었다. 특히 미국의 성인 음주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미국 성인 중 ‘알코올 음료를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은 54%였다. 이는 갤럽이 지난 1939년 이 조사를 시행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최근 미국 젊은 성인층의 경우 음주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18~34세 연령층의 약 3분의 2가 ‘적당한 음주도 건강에 해롭다’고 응답했다. 2015년에는 이 비율이 20%에 불과했다. 실제로 18~34세 연령층의 음주율은 2023년 59%에서 2025년 50%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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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야간산업협회(NTIA)는 이 같은 알코올 소비 습관의 변화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최근 Z세대는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며, 의식적인 음주 습관을 더 고착화하고 있다”고 했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