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현 건축사
적법하게 지어졌더라도,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초라하게 만드는 건축물이 있다. 강 건축사는 건축 현장에서 체감해온 이런 문제의식을 주거·노동·장애·교육·공존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풀어낸 책 ‘존엄하고 초라한’(흠영)을 최근 펴냈다. 12일 전화로 만난 그는 “이 책은 제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반성문”이라고 했다.
“건축, 특히 공공건축은 그 사회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에 따라 설계돼요. 우리는 편안함보다는 면적이 크고 화려한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답답함도 있고, 미안함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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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건축사
대표적인 예가 화장실이다. 현행 법규는 수동 휠체어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더 큰 전동 휠체어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화장실임에도 현실에선 이용이 어렵다.
“그 친구는 사람을 만나러 가도 물도 안 마시고 음식도 잘 안 먹어요. 화장실이 불편하니까요.”
강 건축사는 요양병원 건축에 대해서도 “현실의 설계는 병실과 레크리에이션용 공동 공간을 배치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사람답게 살려면 그것만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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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건축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는 후배 건축가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건축을 한다고 하면 크고 거창한 걸 꿈꾸잖아요. 그런데 저는 정말 작은 것 하나, 예를 들면 도시의 계단 하나를 만들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건축이었으면 좋겠어요. 건축이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담아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