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뉴시스
경영계에서 상법개정안의 ‘독소조항’ 중 하나로 꼽아 온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를 이사회 정관에 반영하자는 주장이 기업 최대주주에게서 나왔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연합이 다음달로 예정된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 때 이 같은 내용을 정관에 명문화하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영풍·MBK 연합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고려아연에 공식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제안서에는 향후 신주 발행 시 이사회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관에 명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상법개정안의 주주 충실 의무에 대한 명문화 제안이 이슈로 부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이 같은 제안이 현재까지 최대주주에게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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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연합의 이 같은 제안은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이 전격적으로 미국 내 비철금속 제련소 설립을 발표하면서 최대 주주 지위를 상실할 상황에 몰리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영풍·MBK연합의 지분은 약 47%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호 지분을 합친 비중보다 약 14%포인트 가량 많았다. 하지만 미국 제련소 설립을 위해 최 회장이 미국 전쟁부 등을 상대로 10.59%의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최 회장의 우호 지분과 영풍·MBK연합의 지분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유증으로 인해 지분율이 역전됐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에 영풍·MBK연합이 최대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영풍·MBK연합은 이 외에도 주주총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회 의장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주식의 액면가를 10분의 1인 500원으로 낮춰 주식 유동성을 높이자는 제안도 함께 제안서에 담겼다.
영풍 측은 이 같은 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단기적인 경영권 분쟁의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거버넌스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