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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원재]국제 금시장 흔드는 중국 ‘다마 부대’

입력 | 2026-02-10 23:18:00


요즘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귀금속 매장 앞에는 이른 아침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춘제(春節·중국 설)를 앞두고 금을 사거나 팔려는 이들이 영하의 추위에도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대기 번호표를 받고 접이식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 중 상당수는 50, 60대 여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세계 금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한, 이른바 중국의 ‘다마(大媽·아줌마) 부대’다.

▷중장년 여성들이 금으로 몰리는 배경에는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낮은 은행 예금 금리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현실이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골드바와 금화는 432t으로, 전 세계 구매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매수층이 50∼65세 여성이다. 이들은 알리페이 같은 간편 결제를 이용해 금을 사거나,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다고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중국발 금 투자 과열로 세계 금값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사상 처음 트로이온스(약 31.1g)당 5000달러를 돌파한 금 시세는 이후 나흘 만에 550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루 만에 다시 10% 가까이 폭락했다. 중국인 투자자 사이에선 “부추처럼 썰렸다”는 탄식이 나왔지만 이달 들어 반등세가 나타나자 ‘저가 매수 기회’라며 상당수가 다시 지갑을 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전형적인 투기성 급등락”이라고 경고했음에도, 금을 향한 다마 부대의 행렬은 오늘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중국에는 “태평성대에 골동품을 사고, 난세에 금을 사라”는 격언이 있다. 왕조가 교체되고, 화폐가 바뀌어도 금만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이 담긴 말이다. 국공 내전에서 밀린 국민당이 1949년 대만으로 퇴각하며 가장 먼저 챙긴 것도 금 85t이었다. 현재 시세로는 한화 20조 원에 달한다. 최근 중국 청년층이 1g짜리 ‘콩알 금(金豆豆)’을 모으고, 중년 여성들이 골드바를 사러 줄을 서는 것 역시 불확실성의 시대에 의지할 건 금밖에 없다는 오랜 믿음이 여전하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인류가 지금까지 채굴한 금은 18만7000t이며, 아직 땅속에 남은 매장량은 5만7000t에 불과하다. 다만 총량이 제한된 희소 자원이라고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반 토막 난 다이아몬드 가격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금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2015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꺾이며 45%나 폭락한 전례가 있다. 금값이 언제까지 오를진 모르지만, 금이라고 항상 안전자산은 아니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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