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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0년 만의 퇴직연금 대수술… ‘쥐꼬리 수익률’ 이대론 안 된다

입력 | 2026-02-06 23:30:00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 장지연 위원장 및 위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노사정TF 공동선언문을 든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2.6/뉴스1


앞으로 모든 기업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여러 기업의 퇴직연금을 묶어 운용하는 ‘기금형 연금’을 도입하기로 6일 노사정이 합의했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만의 대수술이다. 구조 개선을 위한 첫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는 의미도 있다.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양대 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청년과 전문가 등이 선언에 참여했다.

퇴직연금은 적립금 500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둘 정도로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질적으론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중소기업의 가입률이 낮고,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몰린 탓에 ‘쥐꼬리 수익률’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이 2.07%로, 물가상승률(2.3%)보다도 낮았다.

이에 노사정은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영국의 ‘마스터트러스트’ 등 연금 선진국에서 많이 활용하는 기금형 연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가입자가 금융기관과 직접 계약을 맺고 스스로 상품을 선택하는 ‘계약형’과 달리 투자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관리·운용하는 방식이다. 개인이 운용하는 것보다 규모를 키울 수 있고, 그만큼 수익률을 높일 기회도 커진다. 국내에도 기금형 연금의 사례가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의 지난해 수익률은 8.7%, 2022년 9월 이후 누적 수익률은 27.0%에 이른다.

노사정의 합의는 아직 선언 수준이어서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 많다. 투자 방식이나 퇴직금 수령 방법 등에서 근로자의 선택권은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에 참여할 경우 민간과의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고 주가 부양, 환율 방어에 동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할 필요가 있다. 기금의 투자 판단으로 손실이 났을 경우 분쟁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2012년 수탁자의 부실 운용으로 88만 명의 퇴직금을 날린 일본의 ‘AIJ 사태’ 같은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밖에 적립금을 의무적으로 쌓게 될 경우 영세·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살펴야 한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개인연금과 함께 3층 노후 보장의 핵심축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두루 고려해 신중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기금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정부의 관리·감독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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