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군 교동도-석모도
교동도와 석모도. 강화도에서 연륙교를 건너 들어가는 섬 속의 섬이다. 고려부터 조선까지 왕족들의 유배지였던 교동도는 치열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런가하면 황해도 출신 실향민들이 가꿔온 골목시장의 정겨운 풍경이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남아 있다. 추운 겨울. 교동도 대룡시장에서 쌍화차를 한잔 마시고, 석모도 해수온천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힐링여행을 떠나보자.
● 왕족들의 유배지, 교동도
“연산군이 강화에서 교동으로 갈 때 큰 바람이 불어 배가 뒤집힐 뻔했다.”(조신 ‘소문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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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도 화개정원에 있는 연산군 유배지. 가시덩굴로 둘러싸여 있는 단칸 초가집이다.
“안치되는 곳의 울타리는 좁고 높아서 해를 볼 수 없으며, 작은 문 하나가 있어 음식을 간신히 넣을 수 있었다.” (이긍익 ‘연려실기술’)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뒤 교동도에서 위리안치(圍籬安置) 형벌에 처해졌다. 실제로 가보니 뾰족한 가시가 있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초가집을 둘러싸고 있었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보니 작은 방과 부엌 한칸이 나온다. 방 안에는 수염을 기른 남성 앞에 단촐한 반찬이 놓인 밥상과 이불이 놓여 있다. 전국에서 선발해온 미녀들로 ‘흥청(興淸)’을 만들어 성균관을 놀이터로 삼고, 원각사를 연회장과 유흥장으로 만들었던 연산군. ‘흥청망청’이라는 말의 어원이 됐던 폭군의 마지막 삶은 비참했다. 유배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역질에 걸려 사망했다. 31세의 젊은 나이였다.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도 경계 대상 1호인 동생 안평대군을 교동도에 가뒀다. 그리고 8일만에 사약을 내려 죽여버렸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의 후원자, 학문과 예술에 뛰어났던 안평대군은 36세의 나이로 교동도에서 생을 마감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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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에 유배됐던 왕족들의 무덤과 적거지가 있는 교동읍성.
● 교동도 대룡시장
교동짬뽕, 교동시장, 교동한과, 교동법주…. ‘교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음식과 장소는 유난히 많다. 전국 지도를 펼쳐보면 더 놀랍다. 서울, 인천, 전주, 군산, 대구, 경주, 강릉, 청주 등 웬만한 도시에는 교동(校洞)이 있다. 비밀은 ‘교’라는 글자에 있다. 정확히는 ‘향교(鄕校)’의 교(校)자다.
향교(鄕校)란 공자를 모시고 선비를 길러내던 곳. 조선시대 지방에 설치된 국립 교육기관이다. 지방에 하나씩 있는 대표적인 명문학교다. 조선시대 법전 ‘경국대전’에 따르면, 모든 부(府), 목(牧), 군(郡), 현(縣)에 향교를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전성기 때는 전국에 약 330여 개의 향교가 있었다. 서울에는 국립대학인 성균관이 있었다면, 지방에는 향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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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교동도는 섬 전체가 ‘교동’인 셈이다. 교동읍성에서 가까운 중심가에는 ‘교동향교(喬桐鄕校)’가 자리잡고 있다. 단, 교동도의 ‘교(喬)’자는 ‘높을 교(喬)’자를 쓴다. 교동도 대룡시장에도 해물이 풍부한 얼큰한 짬뽕인 ‘교동짬뽕’이 유명하고, 교동제비집의 찹쌀로 만든 약과인 ‘교동약과’도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사가는 명물이다.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대룡시장은 1960년대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입구에 있는 ‘청춘부라보’ 집에서는 트로트 음악에 맞춰 ‘강아지떡’과 ‘이북만두’를 판다. 대룡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6.25 당시 황해도 연백, 해주, 개풍 등에서 온 실향민들이거나 후손들이다. 황해도에서 제일 큰 ‘연백오일장’을 재현해 5일에 한번씩 대룡시장에 장이 설 때마다 강화도, 김포에서도 사람들이 배를 타고 찾아왔다. 교동도 대룡시장은 1960∼70년대 풍경을 재현한 영화 세트장처럼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살아 있다. 옛 철물점을 리모델링한 다방에서 노란색 계란이 올려진 쌍화차를 마시니 추위 속에서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
● 석모도 해수온천의 비밀
강화 석모도 습지의 겨울 풍경. 얼음 위로 부는 찬바람에 눈가루가 날리고 있다.
그런데 이 갯벌을 메운 땅에서 뜨거운 해수온천이 솟아나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화도의 바닷물이 해저 땅 속으로 스며들어서 마그마에 의해 뜨겁게 덥혀진 후 다시 솟아오르는 해수온천이다.
강화 석모도의 간척지 땅 너머로 펼쳐지는 새벽 일출. 유니아일랜드 더스파빌 해수온천 수영장 위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나고 있다.
또한 객실 안에는 개별스파도 따로 있다. 온천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하늘을 쳐다보면 네모난 풀빌라의 뻥뚫린 천정 위로 밤하늘 별이 보인다. 때로는 유성이 흘러가고,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비행기가 수평선 너머로 지나갈 때도 있다. 객실 불을 끄고 프라이빗 온천에 있으면 별이 더욱 잘 보인다.
짭짤한 맛의 해수온천의 원수 온도는 약 70도. 바닷물이 땅 속에서 지열에 의해 가열돼 분출되는 온천이라 1리터당 3만7400mg 이상의 칼슘, 칼륨, 마그네슘, 황산이온 등 천연 미네랄 성분이 함유돼 있다. 석모도 해수온천은 지구 내부의 열과 바다가 만나 빚어내는 지질학적 신비로움이다. 바닷물이 해안 지역의 암석 틈새, 단층대, 균열을 따라 지하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지구 내부의 지열에 의해 가열된다.
깊은 심해의 열수구처럼 마그마가 직접 물을 400°C까지 가열하는 것과 달리, 육지의 해수온천은 지각 내 ‘마그마 굄(magma chamber)’이나 뜨거운 화성암층의 간접적인 열로 물이 데워진다고 한다. 뜨거워진 해수는 밀도가 낮아져 부력으로 상승하며 주변 암석의 미네랄을 녹여 흡수한다. 상승 중 주변 차가운 암석과 지하수와 열교환을 하면서 지표 도달 시에는 70도 내외가 된다. 석모도에서는 해수온천수를 난방에도 활용하고, 사우나도 만들고, 농가 비닐하우스 난방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아침과 저녁이 되면 갯벌을 메운 간척지 너머로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 황량한 벌판에 태양이 뜨고 지는 모습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리고 따뜻한 온천까지….
글·사진 강화=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