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머스크 CEO는 두 기업의 합병을 계기로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우주 데이터센터를 지구 궤도 위해 띄우기 위해 로켓 100만 대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당국에 제출해 놓은 상태입니다. 머스크 CEO는 “2~3년 내에 AI 연산이 이뤄지는 가장 저렴한 장소는 우주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한까지 제시했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지상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CEO는 “우주에 탑재체를 보내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않다”며 “우주 데이터센터는 아직 먼 얘기”라고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과학자들도 우주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물리적 한계를 지적하며 회의론을 제기합니다. 머스크 CEO는 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띄우겠다고 하는 것일까요? 또 과연 실현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요?
소식이 전해지자 지상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맷 가먼 CEO는 “우주에 탑재체를 보내기 위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않다”며 “우주 데이터센터는 아직 먼 얘기”라고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과학자들도 우주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물리적 한계를 지적하며 회의론을 제기합니다. 머스크 CEO는 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띄우겠다고 하는 것일까요? 또 과연 실현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요?
스페이스X·AI 기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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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다다른 지상 데이터센터
전 세계의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너도나도 AI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AI를 구동시키기 위한 ‘데이터센터’는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습니다. AI가 지식을 학습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추론을 하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횟수의 연산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챗GPT나 제미나이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그 뒤에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전기를 쓰며 복잡한 연산을 실시간으로 처리합니다. 이런 연산은 일반 서버나 컴퓨터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전력원, 냉각 기능을 한 곳에 모은 ‘AI 전용 공장’이 필요합니다. 이 공장이 바로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가 지금껏 인류가 사용해 온 전력망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챗GPT와 같은 AI 모델 훈련에 소요되는 총 전력의 양은 5~6만MWh(메가와트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는 2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의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AI 모델이 발전하고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쓰이는 전력의 양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랴부랴 전력망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끊임없이 연산을 거듭하는 GPU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잡아 전력 효율을 높여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발열을 효과적으로 잡지 못하면 AI 데이터센터가 제 성능을 내지 못하거나 망가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공기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과학자들은 데이터센터를 바닷물이나 기름 등 액체 안에 담가 냉각하는 시도까지 하고 있습니다. 챗GPT가 질문 하나에 답변하려면 생수 1병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여기에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지을 넓은 땅을 구해야 하는 등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미국 오리건주 더 댈러스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직원이 과열된 서버를 진단하고 있다. 구글 홈페이지 캡처
훌륭한 이론적 대안 ‘우주 데이터센터’
지상 데이터센터의 한계가 곧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주에는 ‘태양’이라는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이 존재합니다. 흐린 날에는 태양광 발전의 효율이 떨어지는 지구와 달리 우주에는 대기가 없고 태양이 사라지는 밤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데이터센터를 탑재한 위성이 적절한 궤도에 올라가기만 하면 365일 내내 끊기지 않고 태양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모든 특징이 우주 공간에서는 무의미해지는 것입니다. 광고 로드중
스페이스X 홈페이지 캡처
현실적으로는 많은 제약 극복해야
다만 현실을 직시하면 우주 데이터센터가 극복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가먼 CEO가 언급한 ‘비용’입니다. 아무리 스페이스X가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미 수천 대의 위성을 지구 궤도에 쏘아올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주 공간에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쏴 올리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 비용이 지상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유지·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보다 비싸다면, 머스크 CEO도 굳이 우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냉각’입니다. 우주는 영하 270도의 극저온 공간이지만 진공 상태라서 열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마치 보온병이 안에 든 끓는 물의 열이 방출되지 않아 온도를 유지하듯, 극저온 공간인 우주는 데이터센터가 내뿜는 발열을 가둬버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열에너지를 적외선 형태로 방출하는 ‘적외선 복사 냉각’ 방식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지금까지 우주정거장 등에서 소규모로 적용되어 왔을 뿐,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냉각 효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운영’의 어려움입니다. 지상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망가지면 언제든 사람을 보내 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에서 데이터센터가 망가지면 수리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데이터센터를 쏘아올릴 수 있을지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머스크 CEO는 위성 100만 기를 쏘아올리겠다고 했지만 여기에는 허수가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성 기업들은 통상 발사 계획을 신청할 때 실제 계획한 양보다 더 많은 수를 신청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페이스X가 지구 저궤도에 올린 위성만 9000기가 넘고, 중국도 자체 규격 위성을 수백 기 쏘아올려 지구 저궤도가 빠른 속도로 포화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무리 우주 공간이 넓다고 하지만 어렵게 쏘아올린 우주 데이터센터가 다른 위성과 충돌해 무용지물이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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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즈라 파일던 스타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자신의 X에 올린 사진. 스타클라우드가 우주 데이터센터에서 학습시킨 인공지능(AI) 모델 ‘젬마’가 “안녕, 지구인들!”로 시작하는 답변을 지구로 보내왔다. 파일던 CTO 엑스 캡처
이미 진행 중인 ‘우주 데이터센터’ 실험
그럼에도 이미 우주 데이터센터를 상용화하기 위한 실험은 진행 중입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인류 최초의 우주 데이터센터를 시험 가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탑재하고 지구 저궤도를 도는 냉장고 크기의 위성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이 학습을 완료하고, 지구에서 보낸 질문에 “안녕 지구인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응답을 보내온 겁니다. 스타클라우드는 점점 크기를 키워 연산 성능을 높인 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입니다.스페이스X의 경쟁사인 다른 빅테크들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구글도 2027년부터 위성을 발사해 우주 데이터센터 시험에 나서겠다는 구상입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 또한 우주 데이터센터 기술을 전담해 연구하는 조직을 운영하며 가능성일 검토 중입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