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사진 박제’ 사건, 무슨 일이 초등생 결제 않고 하드 1개 가져가… 점주, CCTV 캡처 가게 안에 붙여 뒤늦게 부모가 합의 나섰지만 불발… 부친이 사진 떼자 ‘재물손괴’ 신고 부친 “30만원에 합의 뜻 있다고 들어”… 점주 “구체적인 금액 요구한적 없어” 2심 “아이 충격-명예훼손 책임 커”
아홉 살 아이의 ‘사진 박제’ 논란 끝에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된 인천 무인 매장 사건의 시작은 600원짜리 ‘와일드바디’ 아이스크림 1개였다. 무인 매장 점주는 아홉 살 아이가 아이스크림 1개를 계산하지 않고 가져가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캡처해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 가게에 게시했고 2차례 판결을 거쳐 명예훼손, 아동학대 등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 600원 하드 1개 결제 안 해 사진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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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아홉 살 아이도 하굣길에 이곳을 찾았고, 6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결제하지 않고 가지고 나갔다. 당시 매장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던 이 씨는 계산대 상황을 보지 못했다.
뒤늦게 알게 된 이 씨는 매장 CCTV 영상을 통해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 4장을 가게 내부에 붙였다. “일주일 안으로 연락 없으면 바로 경찰 신고합니다. 지금까지 다 잡았어요”라는 문구도 함께 내걸었다. 이 씨는 다음 날 절도 혐의로 경찰에도 신고했다.
열흘가량 지난 5월 초, 이 아이의 부모가 이 씨에게 연락했다. 가게에 붙은 사진을 보고 동네 주민이 아이에게 “너 아니니?”라고 한 것. 아이는 자신의 사진이 가게에 붙은 것에 놀라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부모가 이 씨에게 연락한 뒤 합의 뜻을 밝히고 우선 가게에 붙은 사진을 뗐다.
하지만 “아이의 실수”라고 한 부모와 달리 이 씨는 고의적인 절도를 의심하고 있었고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하는 사이 부모는 해당 매장에서 600원을 결제했다. 경찰도 이 씨의 신고에 대해 “해당 아동은 형사 미성년자로 죄가 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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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사진이 게시된 것을 안 아이의 아버지는 가게에서 사진을 뗐지만, 이 씨는 아버지를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사진은 계산대 옆이 아닌 가게 출입문에 다시 붙였다. 매장을 찾은 손님뿐만 아니라 인도를 오가는 주민들도 사진을 볼 수 있었던 것. 결국 아이의 부모도 이 씨를 아동학대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불안, 초조 증상 등을 보이며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고 했고, 점주의 허락 없이 사진을 뗀 아이의 아버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재판도 계속됐다. 2024년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아동학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지난달 28일 인천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연경)는 이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 “합의금 목적 의심” vs “합의금 요구한 적 없어”
합의금을 놓고도 이 씨와 아이 부모의 주장은 엇갈렸다. 아이의 아버지는 “검찰에서 합의 의사가 있는지 물으면서 상대방 측에서는 30만 원에 합의할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30만 원은 아이가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아이스크림 가격의 500배다. 그는 “아이를 상습범으로 단정한 점주 말에 화가 났고, 합의금이 목적이 아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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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부모에게 직접 연락해 사과를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공개적으로 아이를 비난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를)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절도를 암시하는 글을 같은 학교 학생들이 이용하는 매장에 게시하면서 정신적 충격과 명예를 훼손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