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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연구팀, 고난도 ‘양자암호통신’ 한계 넘었다… 100㎞ 거리서 성공

입력 | 2026-02-06 04:30:00

통신 기술에 양자역학 원리 응용
‘장치 독립적 양자키분배’ 구현
입출력 상태만으로 해킹 여부 판단
한국도 양자 분야 역량 확보 나서… 2035년까지 기업 2000개 육성



양자암호통신은 누군가 도청하려고 하면 사용자가 이를 바로 감지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 해킹, 도청이 불가능한 전략기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과학자들이 미래 전략기술로 꼽히는 양자기술의 핵심 ‘양자암호통신’을 도시 간 거리에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100km 거리에서 기술 장벽이 매우 높은 방식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팀은 광섬유로 연결된 100km 거리에서 고난도 양자암호통신 기술로 꼽히는 ‘장치 독립적 양자키분배(DI-QKD)’ 통신 구현에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5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기존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로 평가된다. 양자암호통신은 이론적으로 도청이나 해킹이 불가능한 ‘완벽 보안’을 구현하는 차세대 통신 기술이다.

연구를 이끈 판 교수는 양자정보과학의 근본적인 특성과 기술 응용 가능성을 밝혀 202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과학자 안톤 차일링거의 제자다. 중국에 복귀한 후 양자과학기술 발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이론에 그쳤던 고난도 양자통신 실현

양자역학 원리를 통신 기술에 응용한 양자통신은 절대적인 보안성을 확보하는 미래 네트워크 혁신 기술로 꼽힌다. 어떤 물리적 상태가 정해지지 않고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양자 중첩’, 양자 중첩 상태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연결되는 ‘양자 얽힘’ 등의 특성을 활용해 기존 통신과 암호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다.

통신 해킹은 제3자가 수많은 광자(빛의 입자)의 형태로 전송 중인 데이터 일부를 중간에 빼돌리거나 정보만 복사하고 다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양자키분배(QKD)는 두 사용자가 양자 상태의 암호화 키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누군가 도청하려고 하면 암호화 키의 상태가 변질되고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를 바로 감지할 수 있다. 통신선로상에서는 해킹이 불가능하지만 약점은 남아 있다. 제3자가 QKD 송수신기 등 장비 자체의 불완전성을 파고들어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DI-QKD는 장비의 신뢰도와 관계없이 통신 입력과 출력 상태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해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고난도 양자암호통신 기술이다. QKD는 믿을 수 있는 장비라는 가정하에 절대 보안이 담보되지만 DI-QKD는 제3자가 조작한 불완전한 장비라 하더라도 정보의 보안을 지킬 수 있다.

DI-QKD는 양자 얽힘 수준이 매우 높은 광자 쌍인 ‘벨 쌍(Bell pairs)’을 안정적으로 생성해 멀리 전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도 얽힘을 유지하고 신호의 손실을 줄이는 등 기술적 난도가 기존 QKD보다 월등히 높다.

연구팀은 잡음(노이즈)을 정교하게 억제하고 광섬유에서 발생하는 신호 손실을 제어해 100km 거리에서 광섬유를 통해 연결된 원자들 사이에 DI-QK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활용연구거점사업단장은 “DI-QKD 이론 연구는 오래전부터 제시됐지만 기술적 장벽이 높아 실험으로 보이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며 “실제 통신 파장대에서 DI-QKD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실험으로 성능 지표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QKD 기술의 연장선인 DI-QKD의 예상 활용 분야는 보안이 중요한 군 통신시스템 등으로 비슷하다. 실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오류율을 줄이고 암호키 생성 효율을 개선해야 한다.

● 국내 양자과학기술도 ‘박차’

국내에서도 양자 분야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양자 분야 기술, 인력, 인프라 확보를 위한 장기 목표인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양자 분야 인력 1만 명과 양자 활용 기업 200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 등이 담겼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월 29일 열린 ‘양자종합계획 발표 및 양자기술 협의체 출범식’에서 현재 방식으로 인공지능(AI) 대형언어모델(LLM)의 성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며 “양자기술과 AI의 융합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양자통신 기술을 행정·국방·금융 등 국가 인프라와 직결된 분야로 판단하고, 국내 이동통신사와 실증 사업을 통해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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