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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을 믿은 대가[이은화의 미술시간]〈408〉

입력 | 2026-02-04 23:09:00


해가 바뀌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운세를 점쳐보고 싶어진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투르의 ‘점쟁이’(1630년대·사진)에 등장하는 청년도 그러했던 듯하다. 젊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노파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의 앞날을 묻는다. 과연 그는 원하던 답을 얻었을까.

그림 속 청년은 화려한 의복과 금장식으로 부와 권력을 과시하지만, 그의 표정은 노파의 입술 끝에 매달린 듯 위태롭다. 정작 그가 경계해야 할 것은 불확실한 예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곁을 파고드는 ‘손’들이다. 노파가 현란한 말솜씨로 청년의 혼을 쏙 빼놓는 사이 공모자 중 한 명은 돈주머니를 슬쩍하고, 다른 한 명은 어깨에 걸린 금색 메달의 끈을 은밀히 끊어낸다. 점쟁이를 가장한 사기꾼 무리의 완벽한 협업 앞에서 청년은 속수무책이다.

라투르는 이 범죄의 현장을 마치 무대 위의 연극처럼 연출했다. 인물들의 엇갈리는 시선과 기민한 손놀림의 대비는 이 사기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그림은 예언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판단력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를 통렬하게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미래라는 유혹적인 상품을 소비한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래를 확신하는 말에 의지하려 한다. 경제 전망, 투자 조언, 알고리즘의 예측, 전문가나 정치인의 확신에 찬 말들까지…. 그것이 점괘이든 데이터이든 형식만 달라졌을 뿐 작동 방식은 그림 속 노파의 수법과 맞닿아 있다.

그림 속 청년은 듣고 싶은 말을 얻었을지 모르나, 그 대가로 실재하는 자산을 잃었다. 17세기 그림은 우리에게 묻는다. 내일을 염려하느라 오늘 곁에 있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달콤한 예언의 옷을 입고 다가와 우리의 지갑, 나아가 영혼까지 털어가는 현대판 점쟁이들의 손길을 알아채고 있는지.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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