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을 찾은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6.01.05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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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의 가장 큰 걱정은 건강과 재산인데, 치매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앗아갈 수 있다. 기억이 흐릿해지며 경제적 판단력도 함께 흐려져 나도 모르게 손바닥 속 모래처럼 재산이 빠져나간다. 치매 노인의 재산을 ‘눈먼 돈’처럼 여기고 빼돌리려는 나쁜 손도 많다. 수십 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속아 고향 땅을 빼앗기고, 딸처럼 굴던 살가운 ‘이웃’에게 큰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다.
치매 환자가 평생 일군 ‘치매 머니’를 노리는 사냥꾼은 멀리 있지 않다. 잔인하게도 절반은 배우자, 자녀, 친인척 등 가족이다. 요양시설 종사자 등까지 합치면 96%가 피해자와 가까운 이들이다. 환자 연금에 기생하는 ‘빨대형’, 폭력으로 돈을 뜯는 ‘협박형’, 목돈을 한꺼번에 채가는 ‘거액 사냥형’까지 다양하다.
치매 머니는 지난해 말 기준 172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6.9% 규모로 추산된다. 2050년이 되면 4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700만 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치매 위험군이 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치매 노인 100만 명 가운데 재산을 지킬 후견인 제도나 신탁 상품의 도움을 받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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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신탁이 활성화되면 치매 노인들이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상생활을 돕는 공공 후견을 확대하고 민간 신탁의 문턱을 낮추는 등 사각지대도 메워야 한다. 치매는 내 가족의 문제이고, 조금 지나면 당장 내가 겪을 일이 될 수 있다. 기억과의 사투를 벌이는 치매 노인들이 일상에서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소중한 재산을 함께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