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애라 씨(오른쪽)가 아버지 신영교 씨에게 못다 한 말을 전한 뒤 포옹하고 있다. 송길원 목사는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다음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기에 ‘엔딩(Ending)’이 아닌 ‘앤딩(Anding)’”이라며 “우리 장례 문화가 떠나는 사람을 아름답게 기리고 축원하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바뀌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하이패밀리 제공
“인생은 참 시소 같았습니다. 기쁨이 올라가면 슬픔이 내려앉고, 외로움이 기울면 사랑이 균형을 맞춰줬죠. 혼자서는 결코 움직이지 않는 시소처럼, 여러분이 있었기에 넘어지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에서 열린 자신의 ‘엔딩(Ending) 파티’에서 신영교 씨(90)는 이렇게 말했다. 동요 ‘시소’의 작곡가인 신 씨는 배우 신애라 씨의 부친. 가족과 지인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파티는 신 씨의 인생을 반추하는 동영상 상영과 가족과 지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자리 등으로 꾸며졌다. 이 ‘엔딩 파티’를 준비한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보고 싶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나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장례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엔딩 파티란 말이 좀 생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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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요.
“준비는 거창하지 않아요. 신영교 선생님은 다니던 교회에서 이야기를 듣고 오셨습니다. 저희 쪽에선 살아온 생애를 콘셉트를 잡아 정리하고, 필요한 사진 등 자료를 받아 동영상으로 만들어 트는 정도지요. 그리고 신 선생님은 교회 내 작은 오르간으로 찬송가와 자신이 작곡한 ‘시소’, 그리고 오래전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노래를 부르셨고요.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끝나고는 함께 인근 맛집으로 식사하러 갔어요.”
송길원 목사는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다음 세상으로 가는 과정이기에 ‘엔딩(Ending)’이 아닌 ‘앤딩(Anding)’”이라며 “우리 장례 문화가 떠나는 사람을 아름답게 기리고 축원하는, 의미있는 시간으로 바뀌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양평=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우리는 사고사가 아니면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혼수상태에서 생을 마감하지요. 그 후 장례식장에 시신을 안치한 뒤 며칠 문상객 받고 화장하고요. 그런 시신 처리 방법이나 절차가 좋을까요? 오죽하면 ‘공장식 장례’라고 하겠습니까.”
―신영교 씨 엔딩 파티는 어땠습니까.
“사진을 편집하고 애니메이션을 넣어 살아온 생애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틀었어요. 배경 음악은 ‘시소’를 넣었고요. 연세가 있으시니 어릴 적 사진은 거의 없고, 결혼식 사진부터 있더군요. 신애라 씨가 어릴 때 모습, 해수욕장에서 찍은 가족사진 등이 흘러가는데 신애라 씨가 내내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있더라고요. 눈시울을 붉힌 분도 계셨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즐겁고,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뭣보다 본인이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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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사실 거의 없어요. 엔딩 파티를 통해 ‘내가 이렇게 살아왔구나’ ‘참 잘 샀았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건 큰 기쁨이지요. 돌아가신 뒤에 울고불고, 비싼 수의가 무슨 소용입니까? 졸업, 퇴직, 이사를 할 때도 작별 인사를 하지요. 생을 마감하기 전에 ‘고마웠다’ ‘사랑했다’라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떠나는 사람이나 남는 사람이나 마음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