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낯가림에 대한 오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낯가림은 이런 관계를 배우는 초보적인 발달 단계이다. 낯가림은 안전하고 익숙한 사람과 안전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다. 보통 생후 6개월부터 강하게 나타나 점점 약해지다가 두 돌 정도면 대부분 사라진다.
그런데 이 낯가림이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다른 아이들은 다 없어졌는데 우리 아이만 여전히 남아 있으면 부모들은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한다. 아이가 어딜 가든 처음 보는 것만 있으면 울기 때문에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가 울다가 병이라도 날까 봐 걱정도 된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조금씩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리다가 나중에는 아예 외출을 안 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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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낯가림을 다루려면, 먼저 낯가림을 하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지금 아이의 마음은 ‘싫어’가 아니라 ‘아∼ 안전하지 않아. 두려워’이다. 아이 마음속에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자신을 해칠 것 같다는 근본적인 공포감이 있다. 성격이 까다롭기 때문도 아니고 상대방을 싫어해서도 아니다. 그저 참을 수 없이 공포스러운 것이다. 그럴 때 아이는 부모가 어떻게 해주기를 원할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부모가 나의 두려움과 경계심을 낮춰주기를 바란다. 앞에 서 있는 낯선 사람이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를 바란다.
아이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낮추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들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되도록 가라앉히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그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 자기 것으로 만든다.
아이가 좀 심하게 악을 쓰면서 울 때는 그 자리에서 아이를 안고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안고 나가 버리면 다시 들어오려고 할 때 또 운다. 일단 집 안에 들어온 상태라면 절대 자리 이동을 하지 말고, 가만히 아이를 안고 있는다. 그때 주변 사람들도 아이를 쳐다보거나 말을 걸지 말아야 한다. 그것도 자극이다. 낯선 사람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아이는 지금 자신에게 가해진 자극을 어렵지만 처리하는 중이다. 그런데 새로운 자극이 추가되면 진정할 틈이 없다. 아이의 낯가림이 심할 때는 모두가 아이와 멀찍이 떨어져 각자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된다. 그동안 엄마는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작은 목소리로 “괜찮아”라고 말하며 아이의 등을 토닥여준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다 보면, 아이도 한참 울다가 지친다. 울다 지쳐 자신의 주변을 한번 둘러보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 누구도 자신을 위협하지 않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면 좀 진정된다. 낯가림은 아이에게 안전하다는 경험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꾸 달래려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제안하면 안 된다. 어딜 가자고 하거나 무얼 준다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아이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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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