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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는 마약이다” 법정에 선 메타[딥다이브]

입력 | 2026-01-31 10:00:00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을 중독에 빠지게 만들고 있나요?
소셜미디어 기업은 일부러 중독을 조장하고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소셜미디어는 담배처럼 위험한 제품으로 규제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제기된 이 질문들에 대해 이제 법적 판단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미국에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상대로 제기된 수천 건 소송 중 첫 번째 소송에 대한 재판이 이번 주에 시작됐죠. 만약 기업 측이 패소한다면, 그 파장이 엄청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재판인데요. 결과 예측은 그리 쉽지 않네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의 소셜미디어 소송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제품일까. 이에 대한 재판이 사상 처음 미국에서 시작됐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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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가 날 망쳤어!
우울증과 자살충동, 자해, 신체이형증(외모 결점 집착)에 시달리는 19살 미국 여성 KGM(가명). 그가 어머니와 함께 제기한 소송이 1월 27일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시작됐습니다. 피고는 메타(페이스북, 인스타그램)와 구글(유튜브). 소셜미디어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죠.

원고는 메타와 구글의 플랫폼 설계 방식 탓에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소셜미디어에 중독됐다고 주장합니다. 무한스크롤과 자동재생, 추천알고리즘, 푸시 알림 기능 등을 문제 삼았죠. 기업이 야기한 중독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악화됐으니, 책임지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낸 겁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엔 소셜미디어 때문에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 약 3000건 계류 중이다. 법원은 이 중 향후 재판의 가이드라인이 될 3개의 대표사건을 선정해 재판에 회부했다. KGM 사건은 그 중 가장 먼저 재판이 시작된 사건이다. AP 뉴시스


이와 비슷한 개인 상해 소송, 미국에선 캘리포니아 주법원에만 약 3000건, 연방 법원엔 약 2000건 제기돼 있습니다. 그중 맨 처음 재판에 회부된 게 이 KGM 사건이죠. 그만큼 획기적인 재판입니다. 만약 소셜미디어 기업이 여기서 패소한다면? 엄청난 손해배상에 직면하는 건 물론이고, 플랫폼 설계와 알고리즘을 싹 바꿔야 하겠죠.

바로 그 점에서 이 소송은 1990년대 미국 담배소송과 비교되곤 합니다. 당시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게 결국 드러났고요. 1998년 2060억 달러(당시 기준 약 200조원)라는 천문학적 배상금에 합의해야 했죠. 동시에 이전까진 ‘기호식품’쯤으로 여겨졌던 담배가 이를 계기로 ‘사회적 유해물질’로 취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과연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도 담배처럼 유해성과 중독성이 있는 해로운 제품이란 법의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을까요?

일단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소송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소송의 결과가 나머지 수천 건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죠. 당초 피고로 함께 지목됐던 스냅(스냅챗)과 바이트댄스(틱톡)는 첫 재판 직전 원고와 극적으로 합의하고 법정공방을 피했고요. 결국 메타와 구글만 남아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아마 이번 재판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가 직접 증인석에 서게 될 텐데요. 메타 측은 자사 제품이 원고의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거라고 밝혔죠. 또 구글 측은 “유튜브는 인스타그램·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플랫폼”이라며(소셜미디어가 아닌 ‘콘텐츠 배포 플랫폼’이란 주장), 함께 묶어서 취급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펼칠 예정입니다.


중독적 설계 vs. 표현의 자유
소셜미디어를 통한 따돌림과 언어폭력, 가짜뉴스 같은 각종 사회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강력한 방패로 이런 이슈를 모두 방어해왔습니다. 바로 1996년 제정된 미국의 ‘통신법 제230조’인데요. 사용자(제3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기업은 법적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죠.

203조는 사실상 플랫폼 기업을 위한 면책특권이 됐습니다. 별별 이상한 게시물이 올라오고, 그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졌지만 플랫폼 기업은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 KGM 소송은 그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사용자의 ‘게시물 내용’이 아니라 기업의 ‘플랫폼 설계(Design)’ 자체가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이라며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한 거죠.

호주 시드니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친 뒤 걸어가는 모습.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다. AP 뉴시스


클릭하지 않아도 추천 영상이 계속 재생되는 자동재생, 스크롤을 내리면 새로운 콘텐츠가 끝없이 나오는 무한스크롤, 도파민을 자극하는 추천 알고리즘. 이런 설계방식이 모두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광고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플랫폼 기업의 전략이란 비판은 이전부터 많았죠.

이 중 무한스크롤은 2006년 미국 프로그래머 아자 라스킨(Aza Raskin)이 발명한 기능인데요. 이는 사용자 경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짧은 영상을 계속 넘겨가며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 아마 한 번쯤 있을 거예요. 라스킨은 훗날 무한스크롤이 매일 약 20만명의 인생에 해당하는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고 추정하며 후회했습니다. “무한 스크롤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사용 편의성을 최적화하는 것이 사용자나 인류 전체에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단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쟁점. 어쩌면 플랫폼 기업도 이걸 다 알면서도 고의로 청소년의 중독을 야기하는 유해한 제품을 설계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의 핵심 주장인데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자료가 이미 공개돼 있습니다. 주로 플랫폼 기업의 내부 문서·이메일·녹취록인데, 꽤 놀라운 게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플랫폼 기업이 소셜미디어의 중독성을 알았거나, 이를 의도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자료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기업 측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한다. AP 뉴시스


“우리가 최적화해야 할 것 중 하나는 화학 수업 중 책상 밑에서 몰래 휴대폰을 보는 거예요 :)” (2015년 2월 메타 내부 이메일)

“마크는 2017년 상반기 회사 최우선 과제를 10대 청소년으로 정했습니다.” (2016년 메타 내부 이메일)

“세상에, 인스타그램은 진짜 마약이야!” “하하, 모든 소셜미디어가 다 그렇지. 우린 사실상 마약상이나 마찬가지야”(2020년 9월 메타 연구원간 메시지 대화)

“결론: 자동재생은 수면 패턴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음.” (2018년 2월 유튜브 내부 문서)

“어린이들을 구글 생태계에 편입시키면 평생에 걸쳐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2020년 11월 구글 내부 자료)

“쇼츠는 10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핵심 콘텐츠입니다. 10대 고객 맞춤형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핵심경험 전반에 걸쳐 10대 중심 접근 방식을 도입했습니다.”(2023년 2월 구글 내부 이메일)

물론 이런 자료를 들이민다고 기업 측이 순순히 인정할리는 없죠. 메타 측은 이를 두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별된 인용문”이라고 반발하고 있고요. 플랫폼 설계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로 맞설 거라고 합니다. 마치 신문사가 어떤 기사를 지면에 실을지 결정하듯이, 플랫폼 기업 역시 추천 알고리즘이나 무한 스크롤 같은 디자인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논리이죠.


인과관계가 너무 약한데?
역시 플랫폼이 소셜미디어 중독을 조장 내지 방치하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고요? 나쁜 기업들을 혼내줘야 한다고요? 그런데 이 소송에선 또 다른 쟁점이 있습니다. 과연 소셜미디어 이용이 원고(KGM)의 정신건강을 악화시킨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부분이죠.

소셜미디어 중독이 청소년의 우울·불안·불면 같은 정신건강과 관련 있다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요? 물론 그런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긴 한데요. 놀랍게도 이를 부정하는 연구 결과도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지난해 OECD는 아동·청소년의 디지털기기 이용과 관련한 전 세계적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고서(‘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삶은 어떨까요’)를 발간했는데요. 그 중 소셜미디어 관련한 주요 내용을 발췌하면 이렇습니다.

“전 세계적 과학 문헌에 따르면 디지털 자원 사용, 스크린 시간과 아동·청소년의 행복 사이엔 단일하고 선형적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는 디지털 기술 접근성이 정신건강 추세의 주요 원인이란 주장을 명확하게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대부분 연구 결과는 인과관계를 반영하지 않을 수 있는 상관관계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이러한 연관성은 종종 작고, 다른 개인적·가족적 상황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소셜미디어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집단이 소셜미디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집단보다 오히려 행복감이 크게 낮았다. ‘소셜미디어를 많이 이용할수록 행복감이 떨어진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 이용 금지법이 시행되기 직전의 호주 11살 소년들의 모습. AP 뉴시스


아니, 이게 무슨 상식에 어긋나는 소리냐고요? 일단 최근 호주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한번 보시죠. 청소년(4~12학년) 10만명을 3년간 추적 조사했는데요. 소셜미디어 사용량에 따라 청소년의 행복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결과 역U자형을 보였습니다. 즉, 소셜미디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도. 또 소셜미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행복감이 낮아진 거죠.

왜? 소셜미디어를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는 건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단 뜻이니까요. 결국 적당한 소셜미디어 사용이 청소년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입니다. 사회적 연결이란 긍정적 측면이 중독의 위험성과 공존하는 거죠. 참고로 이 ‘역U자형’ 연관성은 이전 비슷한 연구에서도 한결같이 나왔던 결론입니다.

그리고 설사 소셜미디어 이용과 청소년의 우울·불안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해도, 그걸 인과관계로 볼 순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앤드류 프르지빌스키 옥스퍼드대 교수의 유명한 연구(미국·영국의 청소년 30만명 조사, 2019년)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은 청소년 행복 변동의 최대 0.4%만 설명합니다. 프르지빌스키 교수는 이렇게 말했죠. “감자를 식단에 포함하는 것이 청소년의 행복에 대해 (디지털 기술과) 비슷한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입니다. 시력교정 렌즈 착용은 (디지털 기술보다) 오히려 더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였고요.”

메타는 이번 소셜미디어 소송을 위해 과거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남용과 관련된 대규모 소송에서 의약품 유통업체 맥케슨을 대리했던 코빙턴 앤 벌링 로펌의 변호사들을 고용했다. AP 뉴시스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사설을 통해 이렇게 비판했어요. “바로 이런 이유(인과관계 부족)로 이 소송(소셜미디어 소송)들은 법정에 설 자리가 없습니다. 이러한 소송은 결국 큰돈을 벌려는 변호사들 외엔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을 겁니다.”

어떤가요. 너무 실망스러운가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법원은 아직도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담배회사 손을 들어줬는데요. 식습관이나 가족력 같은 다른 요인으로 발병했을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그만큼 과학적인 인과관계를 법적으로 입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미국에서도 담배 소송에서 원고 측이 승리하기까지 40년 넘게 걸렸습니다. 1954년부터 제기된 약 800건의 개인 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은 모두 승리했었죠.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내부 고발자의 폭로(기업이 담배의 위험성을 숨기고 니코틴 수치를 조작했다는 내용)가 나왔고요. 46개 주정부의 집단소송 제기로 기업의 방어논리(‘흡연은 개인의 선택’)가 무너지면서, 결국 담배회사는 항복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된 소셜미디어 소송도 앞으로 갈길이 멀겠죠. 어쩌면 소송을 제기한 개인은 백전백패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논쟁이 벌어질 거고, 어쩌면 새로운 진실도 드러나겠죠. 그게 조금이나마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줄이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By.딥다이브

지난해 12월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했습니다. 이집트, 영국,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데요.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상당히 뜨겁더군요. 올 한해 전 세계가 관심 가질 만한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미국에서 획기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19살 여성이 소셜미디어 기업을 상대로 자신의 정신건강 악화를 책임지라며 낸 소송이죠. 자동재생, 무한스크롤 같은 플랫폼의 설계가 소셜미디어 중독을 야기했다는 주장입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플랫폼 기업의 내부 자료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인스타그램은 마약이야” 같은 내부 대화 내용도 공개됐죠. 하지만 기업 측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맞설 예정입니다.

-문제는 과학적으로 소셜미디어 이용과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가 아직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껏해야 미미한 연관성만 있다는 게 현재까지의 결론이죠. “변호사만 돈 벌게 하는 소송”이란 비판도 나오는데요. 이 역사적 소송이 돈 낭비, 시간 낭비가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 기사는 1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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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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