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가치로 내세웠던 트위터… 트럼프 美 대통령 부적절한 발언 ‘뉴스 가치’ 있다며 조치 안 취해… 권력자 스피커 역할로 비판 받아 일론 머스크, 440억 달러에 인수… 이후 ‘X’로 이름 바꿔서 운영 중 ◇트위터 X/커트 와그너 지음·강동혁 옮김/472쪽·2만5000원·문학동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위쪽 사진)이 2017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고 공격한 트윗(아래쪽 사진). 동아일보DB
“방금 북한 외무성 장관이 유엔에서 한 발언을 들었다. 이 말이 꼬마 로켓맨의 생각을 반영한 거라면 둘 다 오래 살아남진 못할 듯!”
수천만 명에게 동시에 전달되는 트윗에서 그는 북한의 독재자를 ‘꼬마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다른 국가를 향한 핵전쟁 위협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은 이를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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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 달 뒤인 2017년 10월, 미 배우 로즈 맥가윈은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회사는 그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게시물에 타인의 전화번호가 담긴 스크린샷이 포함돼 있었고, 이는 ‘당사자 동의 없는 개인 연락처 공개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 결정은 거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에겐 트위터를 사용할 자유를 허용하면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침묵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표현의 자유’와 ‘영향력에 따르는 책임’ 사이에서 플랫폼은 무엇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마다 트위터 내부에서는 어떤 논쟁이 벌어졌고, 어떤 기준이 작동했을까. 이 책은 블룸버그 비즈니스·기술 전문 기자인 저자가 트위터가 흥망성쇠를 거쳐 결국 ‘X’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 기록이다. 150명이 넘는 트위터 안팎 관계자를 심층 취재해 현대 기술 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위험과 책임을 드러냈다.
원래 트위터는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기업이었다. 흑인, 라틴계, 성소수자 직원을 위한 사내 후원 모임도 활발했다. 트럼프는 그런 기업 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트위터 직원들이 설계하고 가꿔 온 서비스를 토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많은 직원에게 이는 불편하고 모순적인 현실이었다.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트위터 정책 책임자들은 트럼프에 대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일상적으로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 CEO는 대통령의 트윗을 차단하는 데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발언이 아무리 부적절하더라도, 대통령의 생각을 들여다볼 통로를 아예 없애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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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X’는 트위터 내외부 관계자 150명을 취재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위 사진)가 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후의 모습을 들여다본 책이다. AP 뉴시스
이 책은 한 기술 기업이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어떻게 위기에 빠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론 이는 트위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향력 있는 매체를 손에 쥐고 사유화하려는 시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들에서 반복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경고이기도 하다.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