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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세로형 ‘숏폼’에 빠지는 과학적인 이유

입력 | 2026-01-31 01:40:00

◇형태의 문화사/서경욱 지음/444쪽·2만5000원·한길사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해 공개 직후 뜻밖의 요소로 찬사를 받았다. 국밥을 먹으러 간 주인공들이 식탁에 수저를 놓기 전 냅킨부터 깔았기 때문. 이는 한국 문화를 생생하게 고증한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주거 공간과 도시의 진화에 관해 연구해 온 영국 노섬브리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이 ‘냅킨 깔기’가 한국 주거 특성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한다. 온돌과 마루는 ‘높은 바닥=깨끗함’ ‘낮은 바닥=더러움’이란 인식을 자리 잡게 했다. 저자는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만든다”며 “바닥으로부터의 높이는 일종의 위계였고, 위계에서 만들어진 위생 관념은 집안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문화로도 이어졌다”고 말한다.

특정한 형태가 생겨난 원인을 사회과학적으로 짚고, 인간의 신체나 문화가 그 형태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살핀 책이다. 도로의 폭은 어떻게 정해졌는지, 동전은 왜 동그랗고 지폐는 왜 네모난지 등에 관해 묻고 답한다.

인간의 손으로 살펴본 세상은 특히 흥미롭다. 엄지는 다른 손가락에 비해 섬세함이 떨어져서 주로 다른 손가락을 보조하거나 받쳐주는 역할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엄지의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할 땐 엑스트라에 그쳤던 엄지가 스마트폰에선 화면을 조작하는 주연이 됐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어떤 동작을 기계에 맡기고, 어떤 동작을 계속하느냐가 인류 신체의 미래를 다시 쓸지도 모른다”는 통찰을 내놓는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세로형 숏폼 영상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뭘까. 세로 영상은 가로 영상과 비교해 더 몰입감이 크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인간의 가시 영역 중앙에 놓인 양안시(兩眼視) 영역과 관련 있다. 양쪽 눈이 동시에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이 영역은 전체 가시 영역이 가로로 긴 것과 달리 세로로 길다. 맥락보다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는 숏폼 영상이 세로로 구성되는 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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