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제생병원 의료진이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폐 기능을 검사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65세 이상 유병률이 25.6%에 달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56세와 66세를 대상으로 폐 기능 검사를 국가검진 항목에 도입하기로 했다. 조기 진단의 문턱이 낮아진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조기 진단 체계는 마련됐을지언정,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COPD가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는 만큼,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사회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광고 로드중
박혜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 COPD는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위협한다”면서 “정기적으로 내원하던 환자가 보이지 않으면 혹시 급성 악화로 위독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환자와 가족들은 늘 불안 속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COPD 치료는 당장의 호흡곤란을 완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약 56%는 가장 강력한 흡입제 복합 요법을 사용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아 일상적인 숨쉬기조차 힘겨워한다. 다행히 지난해 3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급성 악화를 억제할 신약이 10년 만에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COPD 치료 영역에 최초이자 유일한 ‘생물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혁신적인 치료제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비급여’라는 장벽이 환자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 중증 COPD 환자 대다수는 이미 은퇴하여 수입이 제한적인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이들에게 신약은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생명을 이어갈 마지막 희망이지만, 높은 비용 탓에 치료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1년간 꾸준히 흡입기를 사용했음에도 입퇴원을 반복하던 70대 김모 씨는 최근 도입된 생물의약품 치료를 통해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치료비를 지원해준 자녀의 도움이 컸다. 가래와 호흡곤란이 뚜렷하게 줄어들어 비로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비급여 항목인 고가의 치료비를 언제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환자와 가족을 다시 괴롭히고 있다.
광고 로드중
나아가 중증 COPD 환자와 가족들이 질병 이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 조기 검진으로 환자를 찾아내는 것만큼이나, 찾아낸 환자들이 ‘제대로 숨 쉴 권리’를 보장받게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진정한 복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