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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객-음식대접의 ‘공장식 장례’ 그만…유족 상처 치유하는 시간 돼야”

입력 | 2026-01-26 15:11:00

을지대 죽음문화연구소의 김시덕 소장




동아일보 DB

“장례는 시신을 처리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상처를 치료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장례는 접객과 음식 대접이 우선되고, 장례식장 측의 판에 박힌 프로그램에 갇혀 진행되고 있어요.”

‘2026 장례 패러다임 변화 #1’’ 세미나를 22일 개최한 을지대 죽음문화연구소의 김시덕 소장은 “장례식장 문화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됐지만 여전히 장례의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이고, 상업적 이익 중심으로 구조가 짜인 ‘공장식 장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장례식장에 마땅한 공간이나 장비가 없을뿐더러, 식장 측이 ‘일이 많아진다’며 못하게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 등 장례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생전 장례식은 육체와 정신이 비교적 건강할 때 지인들을 모아 잔치 등의 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의미 있는 물건 또는 편지를 교환하거나 공연을 벌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삶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사람이 지인들로부터 평가를 들으며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사망했을 때는 따로 장례식은 치르지 않고 가족들끼리 마무리한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을 하신 분들은 마음이 편해졌는지, 하고 나서 더 오래 사셨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장례가 우울하고 슬프고 어두운 의례가 된 건 일제강점기에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진도 ‘가시래기’ 마당굿은 빈소 앞마당에서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연극을 합니다. 우리 전통 장례는 물론 울음도 있지만, 한쪽에서 웃음이 같이 존재해도 문제가 없었어요.”

‘조문객 없는 가족장’도 새롭게 확산되는 문화다. 하지만 김 소장은 “요즘 ‘무빈소장’, ‘후불식 상조’라며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 늘었다”며 “실제론 각종 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선 공영장례 전용 빈소 등 공공 장사시설의 역할, 수목장·산분장·펫(Pet) 장례시설의 도입, 인공지능(AI) 시대 장례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 소장은 “후속 세미나를 통해 장례방법의 변화 등 새로운 장례문화를 위한 문제제기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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