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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방요원에 사살된 남성은 재향군인 병원 백인 간호사

입력 | 2026-01-26 04:30:00

이민단속국 이어 또 민간인에 총격
트럼프 “총기 지녔다” 정당방위 주장
영상엔 휴대전화 들고 교통 안내
뉴욕-워싱턴 등 대규모 시위 확산




美연방요원, 미니애폴리스서 또 민간인 사살 24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연방 이민단속 요원들이 간호사인 앨릭스 프레티(가운데 검은 모자를 쓴 남성)를 제압하는 모습. 당국은 프레티가 소지한 총을 뺏는 과정에서 그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요원들의 총격 전 프레티는 비무장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나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7일에도 비무장 백인 여성 러네이 니콜 굿이 연방 요원들의 총격으로 숨졌다. 사진 출처 ‘X’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24일(현지 시간)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의 총격으로 재향군인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근무해 온 백인 남성 간호사 앨릭스 프레티(37)가 숨졌다. 7일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비무장 백인 여성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인 러네이 니콜 굿(37)이 숨진 지 17일 만이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등은 “프레티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며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장 영상은 이 주장과 배치돼 ‘과잉 진압’ 비판이 거세다. 이번 사태가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놈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프레티가 “9mm 반자동 권총과 탄창 2개를 소지한 채 CBP 요원에게 접근했다”며 “요원들은 용의자(프레티)의 무장 해제를 시도했으나 격렬한 저항을 받고 방어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 등은 현장 목격자들이 촬영한 영상과 당국의 설명이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프레티는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현장을 촬영하며 지나가는 자동차들에 교통을 안내하고 있었다. 프레티는 연방 요원의 최루 스프레이를 맞은 한 시민이 쓰러지자 그를 부축하려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요원들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프레티까지 길바닥에 쓰러뜨렸다.

영상에서 요원들은 프레티를 제압하고 약 8초 후 ‘그가 총을 갖고 있다’고 소리쳤다. NYT는 요원들이 프레티를 쓰러뜨리기 전까지 그가 무기를 소지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최소 5명의 연방 요원이 프레티를 둘러싼 가운데 한 요원이 프레티의 등을 조준했고 5초 이내에 최소 10발을 발사해 사망했다.

프레티가 숨진 장소은 굿이 숨진 곳에서 약 1.6km(1마일) 거리다. 또한 미니애폴리스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5월 백인 경찰의 목조르기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질식사한 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국토안보부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사건 경위를 조작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폭력적이고 훈련받지 않은 수천 명의 연방 요원들을 미네소타에서 당장 철수시키라”고 촉구했다.

美정부 반이민정책에 항의하는 시민 24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시민이 거리에 앉아 두 손을 든 채 연방 요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프레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24일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 등 주요 대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는 수천 명이 모여 “ICE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워싱턴 국토안보부 본청 청사 앞에 모인 시위대도 “부끄러운 줄 알라”고 항의했다.

CNN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의 “정점(crescendo)”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숱한 논란에도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대통령의 결정이 그러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전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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