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논란서 드러난 지방정치 민낯 6월 지방선거 앞두고 공천개혁 당면과제 지역 국회의원-당협위원장 개입 최소화 당원 경선 확대, 공천개혁 전면 실행해야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제3세계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후견-피후견인 관계라고 한다. 후견주의(clientelism)는 ‘지지자의 대가로 받은 호의에 기초한 정치 후견인과 그 피후견인들 사이의 비공식적 위계 관계’라는 특징을 갖는다. 후견인은 피후견인에게 정치적 보상을 보장하고, 그를 대리인 삼아 자신의 권력을 확대해 나간다. 동시에 각종 이권을 챙기는 피후견인으로부터 경제적 반대급부를 포함한 다양한 대가를 수시로 받는다.
세상의 화제가 된 김경 서울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때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인 강선우 의원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경찰에 인정했다. 그는 애초 다주택자로 공천 컷오프 대상이었지만, 강 의원의 후견 덕인지 단수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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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사례만이 아니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병기 전 원내대표 측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서울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총 30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작성한 탄원서에는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이 처음 500만 원을 건네받았을 때 “구정 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 헌금으로는 적다”라고 말한 것으로 담겼다.
동작구의회 부의장이 김 전 원내대표 차남의 숭실대 편입을 위해 대학을 직접 방문하거나 입시 브로커를 소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다른 구의원의 업무추진용 법인카드는 김 전 원내대표 부인의 개인적 용도로 쓰였다. 김 전 원내대표 부부는 구의원을 비서나 집사로 부린 것 같다.
1991년 지방의회 선거가 30년 만에 다시 실시되며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이제 한 세대가 흘렀다.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서울의 기초의회조차 민주화 이전의 정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초의회 의원이나 의장 자리가 지방자치의 파수꾼이 아니라 지역 토호와 국회의원 사이에서 능력이나 전문성 대신 돈으로 서로 밀고 당겨주는 사업 모델로 전락한 탓이 크다. 국민이 비상계엄을 맨손으로 막아낼 만큼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했지만, 지방자치는 정치인과 가족의 사익 추구에 밀려 되레 퇴보했다는 인상마저 준다.
‘공천 헌금’ 의혹이 불거진 이상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개혁이 당면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공천 과정에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 후보를 추천하고 심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은 제척하고, 서로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 참여해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또 후보 심사 기준 가운데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최근 4년 동안 후원금을 기부한 내역도 포함시켜야 한다. 평소에 공천을 위해 ‘보험’을 들어둔 기록을 봐야 하는 것이다. 공천심사위원회는 병역, 납세, 전과, 음주운전, 재산 형성 등에서의 위법을 기준으로 부적격자만 걸러내자. 대신 단체장이든 지방의원이든 당원 참여 100% 경선으로 후보를 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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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