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청년 고용-주거 보고서 경력-수시 채용에 신입 관문 좁아져… 졸업 동시에 취업, 10명중 1명 그쳐 고용 안정성 약화, 실질소득도 줄어… 주거비 부담 늘어 고시원 거주 증가 결혼-출산 포기… “경제 위험요소”
광고 로드중
서울 부모님 댁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 박진희 씨는 2015년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2년가량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다가 포기했다. 이후 10년째 아르바이트나 6개월∼2년짜리 비정규직 업무로 생계를 이어 오고 있다. 은퇴한 부모님은 자식이 독립하길 바라지만, 월세 보증금도 부족한 박 씨에게 독립은 언감생심이다. 그는 “결혼이나 출산, 노후 계획 설계는 내게 꿈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장백청(장기 백수 청년)’ 증가 현상이 세대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소득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데, 주거비 등 생활비는 늘면서 향후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서다. 한국의 20∼30대가 거품경제 붕괴 후 취업 빙하기를 겪은 뒤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1970∼1984년생)와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졸업하며 취업하는 청년 10명 중 1명꼴
광고 로드중
취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일자리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성장이 정체된 데다 대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거나 수시 채용을 늘리고 있어 첫 취업 관문이 좁아진 셈이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청년층의 구직 기간 또는 취업 공백기가 길어지면 업무 숙련 기회를 상실해 고용 안정성이 약화하고 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 日 ‘잃어버린 세대’, 불안한 중년
광고 로드중
생활이 팍팍한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늦추거나 포기하기 쉽다. 이런 현상은 이젠 일본에서 중년이 된 ‘잃어버린 세대’와 엇비슷하다. 취업 빙하기 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잡은 이들은 지금도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면서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한은은 “한국 청년층의 취약한 고용과 주거 상황을 경제성장 기반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는 경제 위험 요소로 인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청년 지원을 포함한 생활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해 설 연휴 전 발표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최근 물가와 환율 상황을 볼 때 생활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특히 청년과 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