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 ‘추방-정보공개’ 등 절대 권한 사이 틀어지면 ‘박제방’에 정보올려 허위 신고로 ‘상대 죽이기’ 일상화 특공대 출동 헛걸음 사회적 피해도… 경찰, 디스코드에 수사협조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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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인천과 경기 광주시 등 전국 각지의 학교와 철도역에 ‘폭탄 설치’ 협박 글이 올라와 경찰특공대가 출동하고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 추적 결과 범인은 10대 고등학생 조모 군이었다.
최근 구속 기소된 조 군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보안 메신저 ‘디스코드’ 내 2개의 대화방에 ‘총괄 방장’으로 군림하던 중 “대화방을 탈퇴하겠다”는 또래 김모 군을 응징하기 위해 조직적인 ‘명의 도용 테러’를 기획했다. 다른 이용자를 시켜 김 군의 이름으로 온라인 게시판에 협박 글을 올리게 했고, 또 다른 이용자에게는 경찰에 허위 신고를 하라고 명령했다. 검찰은 “조 군은 상대의 신상 정보를 쥔 채 이를 허위 테러 위협 등에 사용하는 이른바 ‘고로시’(죽인다는 뜻의 일본어)를 징벌 수단처럼 사용했다”고 밝혔다.
● 신상 정보가 무기가 되는 디스코드 대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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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폭파 협박 글을 올려 경찰에 붙잡힌 고등학생 김모 군(18)도 디스코드에서 허위 신고 범죄를 벌였다. 김 군은 5일부터 11일까지 경기 성남시 KT 분당 사옥과 서울 강남역 등 6곳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다른 디스코드 이용자와 시비가 붙자 그를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명의를 도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 ‘박제방’에서 시작되는 사회적 살인
또 다른 방에선 10대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가 “네 계좌로 보이스피싱 돈(범죄수익) 갈겨 줄게(덮어씌울게)”라고 위협했다. 대화 상대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하지 않은 범죄도 덮어씌울 수 있으니 복종하라는 위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10대들이 디스코드 내에서 권력관계를 만들고, 이 위계에서 탈락한 이들을 ‘고로시’ 하는 과정에서 스와팅과 박제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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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디스코드가 텔레그램 못잖게 폐쇄적인 운영으로 악명이 높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를 위한 공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계정을 삭제한 뒤 재가입하는 식으로 수사망을 벗어나기 쉽다. 경찰은 현재 허위 협박 글과 관련해 디스코드에 수사 협조 요청을 보내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디스코드 등에서 비롯된 허위 테러 위협은 막대한 공권력 낭비를 초래하므로 형사 처벌을 강화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강력하게 청구해야 유사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디스코드미국에 본사를 둔 보안 메신저. 게임용 음성채팅 메신저로 출발했다가 10대의 일상 대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특정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박제방’이나 도용한 정보로 허위 테러 글을 올리는 ‘스와팅’ 범죄의 무대로 꼽힌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