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더 힘들었다”…5명 중 1명, 반려동물 죽음이 가장 큰 상실
반려동물과 사별이 부모·형제 상실만큼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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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잃은 일이 가족이나 지인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고통이 되었다는 사람이 다섯 명 중 한 명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두 가지 상실을 모두 경험한 사람 가운데 21%는 반려동물의 죽음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실제 정서적 경험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가운데 약 7.5%는 ‘지속성 애도 장애’의 임상 기준을 충족했다. 이는 가까운 친구나 일부 가족 구성원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비탄(비통)에는 분노, 부정, 안도, 죄책감,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포함된다. 하지만 지속성 애도 장애는 훨씬 심각하다. 이는 ‘일상 기능에 뚜렷한 장애가 생길 정도로 사별 후 극심한 고통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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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영국 성인 975명을 대상으로 수행했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3분의 1(32.6%)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21.0%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장 고통스러운 사별로 꼽았다.
전체 지속성 애도 장애 사례 가운데 8.1%는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것이었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속성 애도 장애를 겪을 확률이 27% 더 높았다.
이 수치는 부모를 잃었을 때(31%)와 형제자매를 잃었을 때(21%) 사이에 해당하며, 가까운 친구나 다른 가족 구성원을 잃었을 때보다 높았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죽었는가’가 아니라, 죽은 사람 또는 동물과 맺었던 관계의 질과 그 관계의 의미”라고 연구진은 짚었다.
반려동물과 사별이 부모·형제 상실만큼 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에 따르면, 지속성 애도 장애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는 상실 이후 사회적지지가 부족한 경우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은 주변의 이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지속성 애도 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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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죽음에는 인간 사별과 다른 특유의 어려움도 따른다. 보호자가 안락사 결정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는 위안이 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특히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느끼거나, 너무 이른 선택을 했다는 불안이 남을 경우 고통은 더 커진다. 이러한 외상적 상황 역시 지속성 애도 장애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국내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 해야 한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339213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