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대규모 사망 발생 첫 시인… “美-이스라엘이 시위 배후” 책임 전가 트럼프 “불량 리더십에 최악 국가돼”… 정권교체 가능성 공개적 거론 맞불 외신 “하메네이 차남 4800억 등… 이란 엘리트들 자산 해외 빼돌려”
“이들이 희생된 사람들” 1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이란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희생된 시위대의 사진을 공개하며 당국을 규탄하고 있다. 로마=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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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계 세력과 이스라엘이 수천 명의 이란인을 죽였다.”(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병든 인간이다. 이란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신정일치 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로 1989년부터 37년간 장기 집권 중인 하메네이가 지난해 12월 28일 발발한 반정부 시위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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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란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이스라엘 N14방송은 한때 하메네이의 정치적 후계자로도 꼽혔던 그의 차남 모즈타바(57) 등 일부 이란 엘리트들이 신정일치 체제의 붕괴를 우려해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 “시위대 사망 미국 탓” vs “정권 교체”
알자지라방송과 CNN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시위) 사상자와 손상 발생, 이란 국가에 대한 비방에 따라 미국 대통령을 범죄자(criminal)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로 수천 명이 숨졌다는 사실을 처음 인정하면서도, 그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가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이어 “이것은 미국의 음모이며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군사, 정치, 경제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라며 “미국 등 시위 배후에 있는 국제 범죄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이제 이란의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야 할 때”라며 정권 교체를 시도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하메네이를 겨냥해 “병든 인물이다. 그 형편없는 리더십 때문에 (이란이) 세계 어디를 통틀어도 살기에 최악인 장소가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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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영화제를 석권한 이란 영화계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6일 미국 CNN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정권이 “사실상 붕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권은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무너져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영화 ‘써클’로 2000년 이탈리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2015년 독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아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받았다. ‘그저 사고였을 뿐’은 하메네이 정권 붕괴 이후 이란 상황을 가정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심수였던 남성이 과거 자신을 신문했던 인물을 납치하며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에 빠지는 내용이다.
● 하메네이 차남 등 자산 국외로 빼돌려
한편 N14방송은 17일 “최근 48시간 동안 이란 엘리트들이 15억 달러(약 2조205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이란 밖으로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모즈타바 혼자 3억2800만 달러(약 4821억 원)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빼돌렸다며 “이란 지도부는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에 훗날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14일 미국 보수 성향 케이블 매체인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이란 지도부가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거나 몰래 빼돌리고 있다. 쥐들이 배에서 도망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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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소강과 무관하게 사상자 수는 급증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의 주말판 선데이타임스는 이란 현지 의사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17일 기준 최소 1만6500명이 숨지고 33만 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최소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