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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공세’로 전기차 시장 흔드는 테슬라[자동차팀의 비즈워치]

입력 | 2026-01-19 00:30:00

모델Y-모델3 잇단 파격 인하… 中-美보다 값 낮춰 국내 공략
“완전자율주행차 선점 포석”… 현대차, 보급형 확충 등 총력전




테슬라가 또다시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17일 테슬라코리아는 세단 전기차 모델3 퍼포먼스 모델을 5999만 원으로 940만 원 인하하고,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후륜구동(RWD) 모델을 4199만 원에 내놨습니다. 이는 중국이나 미국 현지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대한 테슬라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 말에도 모델Y RWD의 가격을 5299만 원에서 4999만 원으로 300만 원 낮춘 바 있습니다.

테슬라가 비야디(BYD) 등과 격전을 벌이던 중국 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대폭 인하가 전례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 1위를 달성한 테슬라가 한국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다지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최근 가격 책정을 단순한 시장 확대 이상의 전략으로 해석합니다. 바로 완전자율주행(FSD) 구독 생태계 선점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죠. 한번 익숙해지면 벗어나기 힘든 자율주행 서비스의 ‘록인 효과’를 노려, 먼저 하드웨어 판매량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현대차그룹도 총력전에 돌입했습니다. 3000만∼4000만 원대 보급형 모델을 확충하고, 최근 박민우 전 엔비디아 부사장을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 사장으로 영입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에서 꽃피우고 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 규제’입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고도화에는 보행자 표정, 운전자 제스처 등 ‘날것의 데이터’ 학습이 필수인데, 국내에서는 얼굴과 번호판을 일일이 가려야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AI의 눈을 가리고 운전 연습을 시키는 셈입니다. 완전 무인 주행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범운행지구가 제한적인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최근 ‘CES 2026’을 다녀온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조차 “현대차가 우리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시험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자율주행차 시대의 낙오 위기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2026년은 테슬라, 웨이모, 현대차그룹이 정면승부를 펼치는 ‘자율주행 원년’입니다. 테슬라는 가격 파괴와 FSD로 공세를 펴는데, 우리 기업은 기술을 갖고도 데이터 수집조차 자유롭지 못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기술을 실증할 수 있도록 낡은 규제의 빗장을 풀어야 합니다. 테슬라의 공세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 스스로 채운 규제의 족쇄일지 모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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