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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했는데
감자 삶았어
네가 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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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깎고 소금 뿌렸지
벼랑 밭으로
나 보러 오기 전에
친정 엄마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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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가심하렴
―전윤호(1964∼)
이 시는 작고 따뜻한 전갈 같다. 힘들 때 골방에 들어가 몰래 읽고 싶은 편지 같은 시다. 여기에 큰 이야기는 없다. 대단한 미사여구나 듣기 좋은 말도 없다. 아마도 여성인 화자가 다른 여성에게, 대수롭지 않은 듯 건네는 말이 시의 전부다. “깜박했는데/ 감자 삶았어” 하는 말! 전윤호 시인은 ‘정선’이란 시집을 온통 강원 정선의 이야기로만 꾸렸으니, 이 시도 정선 어디쯤 “벼랑 밭”에서 일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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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의 “볼가심”이란 말이 시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나 궁금함을 면하는 일’을 뜻하는 말인데 생경하니 아름답다. 어릴 적 밥 먹은 뒤 상을 물리면 “입가심이나 하자”며 배나 귤을 내놓던 고모의 말투가 떠오른다. 미술 비평가이자 작가인 존 버거는 어느 책에서 “음식은 멀리서 온 전갈”이라 했는데, 감자를 한 소쿠리 쪄서 정선에서 온 전갈인 듯 귀하게 먹고 싶은 날이다. 먼 곳에서부터 도착한 누군가의 마음을 섬기듯 꼭꼭 씹어 먹을 것이다.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