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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삼겹, 돈차돌, 뒷삼겹[횡설수설/우경임]

입력 | 2026-01-14 23:18:00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아 이것마저 없다면’.(안도현 ‘퇴근길’) 시인이 노래했듯이 한국인에게 삼겹살은 음식, 그 이상이다. 그래서 비계를 밑장 깔아 파는 삼겹살이나 고기보다 비계만 많은 삼겹살 구이에 일절 관용을 베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삼겹살마저…’라는 배신감이 절로 들어서다. 최근 울릉도의 한 식당이 ‘고기 반, 비계 반’인 삼겹살 구이를 팔았다가 뭇매를 맞았다. 정부가 ‘비계 삼겹살’ 해결책으로 삼겹살을 지방량에 따라 부위를 나눠 유통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삼겹살은 돼지갈비 아래에서 다리 쪽으로 이어지는 뱃살 부위를 일컫는다. 지금까지 삼겹살의 지방 두께는 1cm 이하로 관리하도록 권고됐다. 앞으로는 지방 함량에 따라 3개 부위로 나눈다. 지방이 적정한 부위가 ‘앞삼겹’, 지방이 적은 부위는 ‘뒷삼겹’이다. 삼겹살 재명명을 촉발한 ‘비계 삼겹살’은 소고기의 차돌박이에 빗댄 ‘돈차돌’로 거듭났다.

▷돼지고기는 1+, 1, 2등급으로 나뉜다. 최상급인 1+ 등급은 중량에 따른 지방 비율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정 범위에 있어야 한다. 현재 1+ 등급 삼겹살 내 지방 비율은 22∼42%인데, 정부가 이를 25∼40%로 조정하기로 했다. 농가들이 지방이 적은 돼지를 사육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비계 삼겹살’ 논란에 돼지도 골고루 사료를 먹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게 됐다.

▷이번 축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에 따라 달걀도 크기별로 새 이름을 얻었다. 기존에 달걀 크기가 큰 순서대로 왕, 특, 대, 중, 소로 불렀는데 이를 2XL, XL, L, M, S로 바꿨다. ‘달걀이 옷이냐’는 조롱도 있지만 ‘왕’이 큰지, ‘특’이 큰지 헷갈리던 차에 직관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사실 달걀 등급제는 크기 표시가 아니더라도 너무 복잡하다. 달걀 크기 외에도 신선도에 따라 1+, 1, 2, 3등급으로 나뉘고 사육 방식에 따라 자유 방사부터 케이지 사육까지 1, 2, 3, 4번 사육으로 표시한다. 동물복지, 무항생제, 유정란 인증은 또 별도다. 이 숫자들을 조합하다 보면 달걀 고르기가 방정식 풀기만큼 어렵다.

▷달걀 등급과 인증 표시가 복잡해지며 ‘왕’ ‘1+’ ‘1번 사육’ 달걀의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돼지고기 부위를 세분해서 팔면 값만 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뒷삼겹 가격을 내리진 않고 앞삼겹 가격을 올리지 않겠냐는 말이다. 소비자가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순 있겠으나 상품성이 없었던 비계 삼겹살도 돈차돌이 되어 제값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식당에서 파는 삼겹살 200g의 평균 가격은 2만 원을 넘어섰다. 소비자는 비계 삼겹살뿐만 아니라 비싼 삼겹살도 달갑지 않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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