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정상회담후 공동 언론발표 1942년 징용 조선인 136명 수몰… 시민단체 유해발굴, 정부차원 격상 “과거사 인도적 접근 새로운 시도”… 독도-위안부 등엔 ‘로키 대응’ 기조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언론발표를 하던 중 눈을 마주치며 웃고 있다. 이날 양 정상은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나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언론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양 정상은 조세이(長生) 탄광 수몰 사고와 관련한 정부 간 협력을 합의하면서 양국 협력의 범위를 과거사로 확대하는 진전을 거뒀다. 취임 후 4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과거사 관련 구체적 협력 성과를 처음으로 도출한 것.
이재명 정부가 경제·안보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과거사 등 갈등 현안을 잘 관리하자는 대일(對日) 외교 ‘투 트랙’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협력이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한일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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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날 언론발표에서 조세이 탄광 사고를 언급하며 “양국은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 사항에 대해선 당국 간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조세이 탄광에서 발견된 유해와 관련해 DNA 감정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음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과거사 현안을 ‘로키(low-key)’로 잘 관리하자는 의중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상황은 복잡하고 어렵고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편하고 좋은 측면도 혼재하기 마련”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좋은 점들을 더 발굴해서 키우고 불편하거나 나쁜 점들을 잘 관리해 최소화시키면서 나은 미래를 향해 손 꼭 잡고 함께 가면 더 나은 미래를 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일본 정부의 사과 등 행동을 요구하고 갈등을 빚는 게 아니라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 일본의 변화를 기대해 보자는 게 과거사 관리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음 달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을 앞두고 과거 취임 전 다카이치 총리가 이 행사에 장관급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이 문제 역시 큰 갈등 요인이 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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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에 다시 만난 양 정상은 올해 한일 협력 강화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가 한때 아픈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된 지도 이제 환갑이 지났고, 또 새로운 60년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 회담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어 “복잡하고 어지러운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상황을 향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한일 간 협력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이 대통령이) 앞으로의 60년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양측이 국교 정상화 60주년이었던 작년에 일한(한일) 관계의 강인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일한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공통된 인식하에 심도 있는 논의를 가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진 언론 발표에서도 “저와 다카이치 총리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처럼 올해가 양국이 더욱 밀도 있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진정으로 더 가까워지는 새로운 60년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이번 대통령님의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올해가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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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