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자 불법거래 사례 잇달아 해외 유령회사로 외화 빼돌리기도 관세청, 1138개 기업 거래 점검 나서 환율 9거래일째 올라 1473원 마감
국내 한 중견 게임사는 2020년부터 3년간 해외의 인터넷 방송인 등에게 게임 홍보를 의뢰했다. 문제는 용역 대가를 외화 현금이 아닌 게임에서 사용되는 사이버 머니 등으로 지급하면서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은 것. 이같이 지급한 금액은 6억 원에 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런 대가를 지급하면서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처음 1470원을 넘어선 가운데 기업들이 고환율 부담을 피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외환을 거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불법 외환거래를 단속하는 등 고환율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 수출입 기업 1138곳 불법 외환거래 점검
광고 로드중
무역 거래에서는 수출입 신고 시점과 결제 시점이 달라 금액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들이 무역으로 벌어들인 외환이 국내로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면 외환 공급이 부족해져 원화 대비 외화 가치가 높아지는 고환율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지난해 관세청이 불법 외환거래가 의심되는 수출입 업체 104곳에 대해 외환 검사를 진행한 결과 97%(101곳)가 불법 외환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 없이 달러 등 외환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에 법인과 지사를 두고 있는 한 복합 운송 서비스 업체는 용역 대금(대외채권)을 국내로 보내지 않고 해외 지사에 보관해 뒀다가 빚을 갚을 때 사용하면서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홍콩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중국 기업으로부터 수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외화를 빼돌린 사례도 있었다.
관세청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고환율 대응 불법 무역·외환거래 단속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수출입 기업 1138개를 대상으로 ‘환치기’를 비롯한 불법 외환거래를 점검한다. 무역 거래 규모가 5000만 달러를 넘은 기업 중 세관에 신고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지급·수령된 무역대금 간 차이가 큰 기업이 포함된다.
● 환율 9거래일째 상승 1470원 돌파
광고 로드중
원-달러 환율이 다음 달에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채권시장 관계자 100명을 조사한 결과 ‘2월 환율이 1월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28%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환율이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 때보다 7%포인트 늘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외화 예금·보험 등이 증가함에 따라 환율 변동에 따른 금융소비자 손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경영진 면담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과도한 마케팅 및 이벤트를 자제하도록 지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종=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