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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전재성]트럼프의 전방위 개입, 표적은 중국인가

입력 | 2026-01-12 23:12:00

중남미-북극-중동으로 번지는 美 개입전선
에너지 초크포인트 놓고 미중 지정학 경쟁
미국, 자국 이익 앞에 동맹도 거래 대상화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새해 들어 열흘 남짓한 기간에 벌어진 국제 정세의 변화는 수년간 긴 그림자를 드리울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선보인 베네수엘라 사태 대응,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매입 또는 합병 의사 표명, 이란 사태에 대한 적극적 태도는 미국 외교 전략의 본심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불법 이민 방지, 마약 테러리스트 박멸, 원유와 자원 확보 등 트럼프 정부의 목적과 의도를 둘러싼 해석이 난무하면서 분석과 전망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흥미로운 변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설명이 점차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와 자원, 국방정책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북극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활동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린란드를 차지한 세력과 이웃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밝혔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핵심 측근들 역시 중국의 영향력 방지가 미국의 서반구와 북극 전략의 핵심이라는 데 입을 모아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문서는 대중 전략과 관련해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어떤 국제질서를 만들 것인지, 핵심 위협이 누구인지를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략이 모호한 것인지, 전략 노선들 사이에 모순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낼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열흘간 트럼프 행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통해 미국의 전략, 특히 대중 전략의 방향은 한층 명확해졌다.

첫째, 국가안보전략 문서에서 미국은 대외 불개입을 기본 전략이라고 천명했지만, 핵심 이익을 위한 개입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입의 범위는 중남미에 한정될 것으로 보였으나, 북극을 거쳐 이란 등 중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개입의 동기는 중국의 영향력 확장 방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경계해 온 지상군 파견을 통한 개입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23년 9월 베네수엘라와 최상위급 파트너십인 전천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었고 이를 중남미 일대일로 확장의 거점으로 삼아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식 보호주의, 이른바 ‘트럼프식 돈로주의’의 충돌 사태로 귀결되고 있다.

둘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거부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국가안보적 관심은 19세기부터 본격화돼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확장됐다. 그린란드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략적 교두보가 돼 왔다. 이제 근북극국가(near-Arctic state)라는 개념을 앞세워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를 추진하는 중국이 미국의 앞마당을 넘보는 경쟁 대상이 됐다.

최근 격화되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다. 이면에 숨겨진 실질적 표적은 중동에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 특히 에너지 공급망일 가능성이 크다. 한때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의 80%를 점유했던 중국은 현재 이란 원유 수출량의 약 90%를 소화하며 중동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개입이 본격화되고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전략적 거부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딜레마는 심화될 것이다.

셋째, 미국이 처한 국내 정치, 경제 여건상 대중 전략의 전모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마가(MAGA) 세력은 대외 개입이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키우고, 국내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초래한다고 믿고 있다. 전통적인 국제 리더십보다 신고립주의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지나친 중국 견제는 전략적 낭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 기반을 유지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면한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원유 확보나 불법 이민 차단과 같은 명분이 전략적 포장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루비오 장관의 말처럼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정상화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미국에 베네수엘라 원유 자체가 궁극적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넷째, 미국에 동맹은 더 이상 전략적 상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이 중시하는 전략적 요충지와 동맹 관계는 언제든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이란은 모두 지정학과 에너지의 초크포인트로, 동맹을 희생하더라도 확보해야 할 거점으로 인식된다. 모든 동맹에는 값이 있고, 미국의 최상위 전략을 위한 ‘매물’이 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전재성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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