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군함 ‘웨이저’ 난파 사건 다뤄 외딴섬에 표류하며 체계 무너지고 생존 본능에 의한 사건 사고 잇따라 ◇웨이저(Wager)/데이비드 그랜 지음·김승욱 옮김/464쪽·2만2000원·프시케의숲
이 책은 1741년 남대서양 칠레 앞바다에서 난파한 영국 군함 ‘웨이저’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다. 단순한 해양 난파, 표류, 생존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 표류한 외딴섬에서 문명과 인간성을 시험받는 선원들, 해난 사고 뒤에 감춰진 제국의 진실, 그 진실을 둘러싼 정치적 경쟁까지 생존, 탐사, 정치 스릴러를 모두 담았다.
18세기 영국 군함의 난파 이야기를 다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고 넓히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현실과 참 많이 비슷하다. 배가 정상적으로 운항할 때는 선원 누구나 규율과 명령 체계 등 매뉴얼을 지켰다. 그러나 난파 뒤엔 그 질서가 빠르게 무너졌고, 식량이 끊기고 구조가 요원해지자, 책임은 사라지고 생존만이 기준이 됐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하고 지켜야 할 매뉴얼은 존재만 할 뿐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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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영화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난과 생존, 극적인 구출에 중점을 둘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간성의 양면을 부각할지, 구조 이후 법정에서의 진실 공방에 방점을 둘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도 워낙 재료가 좋아 볼만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부제 ‘난파선에서의 반란과 살인, 그리고 생존을 향한 사투’.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