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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비용의 시대…철강업계, 배출권 축소·EU 탄소세 이중 압박

입력 | 2026-01-08 18:05:00


포스코 포항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생산된 열연코일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올해부터 정부가 허용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이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면서 철강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이와중에 유럽연합(EU)은 일종의 탄소 관세 제도를 시행하면서 내년에 물어야 할 ‘탄소세 영수증’도 쌓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의 50% 고관세 등 이미 이중고를 겪는 철강업계가 올해부터는 탈(脫)탄소화 비용 압박까지 받는 모양새다. ‘탄소비용의 시대’, 업계는 고사 위기에 몰린 철강 산업에 대해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위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시행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 동안 무상배출이 허용되는 ‘사전할당량’은 연 평균 4억7260만t으로 지난해 종료된 3차 기간(5억8040만t)보다 18.6%나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 전망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약 5100만t의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t당 배출권 가격을 최소 수준인 1만 원으로 단순 가정해도 업계는 5100억 원의 부담을 지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철강업계의 최대 수출처인 EU는 일종의 탄소 관세제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1일부터 시행했다. 방식은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유사하다. EU 지역에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는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그 양에 따라 인증서를 삼으로써 일종의 ‘세금’을 내야 한다. 올해 물량에 대한 인증서 구매 시점은 내년으로 소급 유예됐지만, 업계가 내야 할 비용은 이미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EU는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물량 13.4%(381만t)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처다. 뒤이어 일본(12.9%), 인도(10.8%), 미국(9.7%) 순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부터 10년간 약 3조 원 이상의 인증서 구매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업계는 일단 탄소 배출량이 고로보다 70%가량 적은 전기로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짓고 있는 연산 250만t 규모 전기로를 올 상반기 완공하고 가동할 전망이다. 현대제철도 올 상반기 중 당진제철소에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가동할 계획이다. 가동 시 높은 산업용 전기료 부담을 감내해야 하지만 대안이 없다. 철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오게 만드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는 아직 더디다.

문제는 이런 비용 압박에도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까지 17억 원 예산을 들이던 탄소 배출량 산정 컨설팅 사업 규모도 올해부터 12억 원으로 감축했다. 반면 일본은 전기로 중심 전환을 추진 중인 일본제철에 약 2500억 엔의 보조금을 수혈하고 있다. 미국 역시 철강 등 제조업계의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6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한다.

업계는 이같이 주요 경쟁국 수준으로 설비 투자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철강협회는 탈탄소화를 위한 종합 지원 정책 패키지 추진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로는 가동만 해도 솔직히 손해인 상황”이라며 “일단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완화부터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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