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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 ‘김병기 특검’ 안 받으면 ‘김현지 특검’ 나온다

입력 | 2026-01-08 14:00:00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무소속 의원(오른쪽)이 함께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정청래 민주당 대표(왼쪽 아래)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이보다 대담할 순 없다. 더불어민주당 뇌물 의혹 사건을 놓고 연일 폭로되는 등장인물들의 행각은 담대(膽大·겁이 없고 배짱이 두둑함)란 명사도 아깝다. 뭘 믿고 그랬는지 ‘겁X가리(한자로 쓰면 怯대가리)’ 없다는 단어가 딱 맞는다.  

강선우 의원 측에 2022년 지방선거 무렵 1억원을 줬다는 김경 서울시의원은 이미 한국을 떠났고, 경찰은 그것도 몰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경과 관련해 강선우로부터 “살려달라” 애원을 들었던 김병기 의원은 유튜브 채널에 신부님 같은 차림으로 나와 결백을 주장했다.

원내대표에선 물러났지만 갈수록 태산인 김병기 의혹을 보면 ‘강선우 묵인 의혹’은 사소할 정도다. 그럼에도 “제명당하는 한이 있어도 탈당은 안 한다”고 버티는 김병기 파워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 ‘강선우 의혹’ 알고도 장관 지명 감쌌나

지난해 7월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번 일이 경악스러운 건 첫째, 김병기가 2022년 벌어진 강선우 의혹을 알고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때 극구 싸고돈 이중성 때문이다.  

녹취에서 김병기는 1억원 수수를 언급하는 강선우에게 “안 들은 걸로 하겠다”며 “내가 어떠한 행동을 취하더라도 묵인하는 거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로 공천관리위 간사였던 김병기는 김경 공천 최종결정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묵인을 실천했다.       

이런 강선우가 새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적격일 리 없다. 강선우의 과거를 아는 김병기가 그의 ‘미래’까지 엄호한 데는 정치적 계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보좌관에게 비데 수리를 요구했다는 보도에도 김병기는 “보좌진이 이상하다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적반하장이었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강선우 임명 결정에 대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라고 김병기 역할을 인정했을 정도다.   

● 야당 때도 비리 의혹 일으킨 ‘간 큰 가족’

전직 서울 동작구 의원들은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부인으로터 ‘새우깡 봉지를 담은 쇼핑백’에 돈을 돌려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 DB

둘째, 온갖 비리 의혹 시점이 야당 시절이라는 건 더 놀랍다. 전직 동작구의원들이 2020년 총선 무렵 김병기의 부인에게 3000만원을 바쳤다 돌려받았다는 의혹은 드라마작가들이 울고 갈 만큼 드라마틱하다. A씨는 새우깡 봉지를 담은 쇼핑백으로 돌려받았다고 했고, B씨는 “사모님이 ‘구정 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헌금으로는 적다’며 돌려줬다”고 탄원서에 썼다.   

김병기의 부인이 민주당 소속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카드를 썼다는 의혹도 2022년 7월~9월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경기도청 공무원을 동원해 법인카드로 샌드위치 소고기 등을 사오게 했다는 물의에 공개 사과한 것이 2022년 2월 대선 직전이었다. 그러고도 김병기 부인이 태연히 남의 법카를 썼다면, 여왕의 배포가 아닐 수 없다.  

2023년 초 김병기 차남의 대학 편입을 위해 김병기의 보좌관이 국회 의정자료유통시스템을 사적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 의혹도 불거졌다. 그들 일가의 의전 특혜 의혹 역시 2023년 야당 때였다. 의원들이 ‘정권은 놓쳐도 금배지는 못 놓겠다’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야당이 이럴 정도면 여당 권세는 오죽하겠나. 

● 김현지 이름 거론하면 몰염치하다고?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어떤 사건이든 대응에 따라 파장도, 의미도 달라진다. 김병기의 총선 뇌물 관련 탄원서가 2023년 12월 이재명 당시 당대표의 보좌관 김현지(현재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전달됐음에도 입때껏 조용했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민주당은 5일 “김현지 보좌관이 이수진 전 의원의 투서(실은 이수진이 보좌관을 통해 보냈다는 전직 구의원들의 탄원서)를 당에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선거사무 시스템과 절차에 따른 조치라는 거다.

민주당 브리핑은 김병기 사건 자체보다 김현지 보위용 내용으로 그득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수진의 말을 빌어 김현지 부속실장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김현지 부속실장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몰염치한 정치공세일 뿐”이라는 거다.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 “저질 정치공세로 일관하며 대통령의 리더십을 훼손하려는 특정 야당과 이에 편승하는 일부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고도 밝혔다. 김현지와 대통령이 동격이라는 소리처럼 들린다.

● 보고 없이 넘겼다면, 김현지는 실세다   

이수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 배우자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실 김현지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전날 이수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보좌관이) 김현지와 통화했고, 김현지가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됐다’고 말한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밝혔다(그럼 속히 공개해 진실을 가려주시라). 김현지가 윤리감찰관으로 넘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거다. 이후 문건은 김병기가 위원장을 맡은 예비후보 검증위원회로 넘어가 유야무야됐다는 것이 이수진의 주장이다.

누구 말이 맞든 김현지 위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당 대표실 관계자는 “당 대표(이재명 대통령)에겐 일일이 보고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고 밝혔지만 무슨 내용인지 검토 없이 전달만 하는 보좌관이라면, 김현지를 바보로 알고 있으란 소리다. 

보고 없이 넘겼다 해도, 김현지는 이미 실세다. 대변인은 “보좌관이 투서를 당에 전달하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하나? 당무를 개입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쌍지팡이를 짚고 나섰다. 그러나 이수진에 따르면 김현지는 윤리감찰단으로 넘겼다는 거다. 그렇다면 당무 개입이자 당 대표 뺨치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 김병기 사건, 누가 왜 덮었느냐가 중요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미국 순방 뒤 귀국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silverstone@donga.com

김병기 관련 탄원서가 어떻게 본인 손에 들어가 ‘없었던 일’이 됐는지는 수사를 통해 가릴 일이다. 단, 당 대표 보고 후에 그리 됐다면 이 대통령은 다 알고도 김병기에게 예비후보 검증위원장, 공천심사위원회 간사, 경선관리위원장 같은 중책을 맡겼다는 얘기다.

이수진 주장대로 이 대통령이 당시 보고받았다면, 김병기의 약점을 움켜쥐고 ‘이재명의 블랙’으로 이용해 총선 공천 때 차도살인(借刀殺人·칼을 빌려 적을 침)을 자행한 악마의 용인술로 볼 수 있다. 강선우의 과거를 알고도 장관 청문회 때 싸고돌던 김병기나, 이혜훈의 ‘윤 어게인’ 과거를 알고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해 적진을 교란시키고 충성을 유도하는 대통령이나 닮은꼴이다.

그 권세를 믿고 김병기는 하늘을 쓰고 도리질했는가. 작년에 고발된 김병기 부인의 구의원 법카 사적 유용혐의도 어찌저찌해서 무혐의 처리됐다. 당에 접수됐다는 김병기 관련 탄원서는 수백 건의 탄원 민원과 함께 통째 기록이 사라졌다고 한다. 원내대표 선거 때 김병기는 “비공식적 물밑 대화도 능수능란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26년의 국정원 근무 이력을 자랑했다. 그래서인가. 김병기 근처만 가면 의혹들이 녹아버린 이유가?

● 김현지 보호하려다 ‘김건희 특검’ 꼴 날 수도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봉사실 앞에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6인에 대한 뇌물, 정치자금법위반 위계 업무방해 혐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5일 김병기 등과 더불어 김현지를 처음 고발했다. 김현지가 탄원서를 전달받아 내용을 인지했음에도 묵인하거나 방조해 김병기의 부패 비리에 눈 감았다는 이유다. 물론 경찰이 수사는 할 것이다. 그러나 김병기 앞에 흐물흐물해졌던 경찰이 제대로 해낼 것 같지가 않다.

특검은 그래서 필요하다. 국힘이 7일 김병기 강선우 관련 특검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내면서 ‘이재명 당시 당 대표 및 김현지 보좌관이 관련 탄원서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포함시켰다. 안타깝게도 국힘이 지금같은 깜량과 전투력으로 특검을 받아낼 것 같지가 않다. 소속 의원 전부 단식투쟁에 들어가고, 나중에 절반은 병원에 실려가고, 그리하여 “이놈의 정권이 뭘 감추고 있단 말이냐”며 여론이 들끓는다면 또 모른다.

그러나 집권세력은 알아두기 바란다. 이번엔 김병기 특검을 뭉갤 수 있다 해도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정권 끝이 다가올수록 권력이 개입된 김병기 의혹은 덮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세 보호를 위해 김병기 특검을 안 받다가는 ‘김현지 특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도 김현지 특검을 극구 안 받다간 ‘김건희 특검’ 막으려다 결국 자폭한 윤석열 정권처럼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창당 70주년 기념 당원의 날 행사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당시 원내대표가 나란히 앉아있다. 동아일보 DB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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