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꽃이 된 글씨체’ ● 당선소감
김순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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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말입니다.
꿈에 그리던 신춘문예 당선, 제게는 왕관만큼이나 영광스럽습니다. 그러나 벅찬 기쁨보다 왕관의 무게와 이름에 값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마음을 짓누르는 것만 같습니다. 이제 시조라는 밧줄에 영원히 묶여 버렸습니다. 시상을 떠올리고 그 얼개를 짜는 일에 한순간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시조는 천년을 굽이쳐 흘러온 우리 문학의 큰 강이라고 했습니다. 그 도저한 강줄기에 저도 한 방울의 물이 될 수 있도록 시의 혼을 부지런히 갈고 또 닦겠습니다. 시조 3장의 아름다운 정형 위에 시조만이 드러낼 수 있는 정갈하면서도 활달한 언어 미학을 얹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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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게 채우지 못한 성근 행간의 여백에 덜컥, 과분한 상을 안겨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두 분 심사위원님의 결정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매진하겠다는 다짐을 드립니다. 저에게 꿈같은 기회의 장을 열어 주신 동아일보사에도 마음 담아 감사드립니다.
“점심은 알아서”, “못 가요”, “나중에”, 이런 말 다 받아준 그런 사람이 옆에 있어서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1965년 안동 출생 △경주문예대 수료, 동리목월 문예창작반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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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틀에 앉힌 내간체의 그림 같은 작품
● 심사평 시조
이근배 씨(왼쪽)와 이우걸 씨.
응모작 중 최종까지 우열을 다툰 작품은 ‘점묘의 사계’, ‘양파의 기원’, ‘아버지의 등’, ‘시리우스의 밤’, ‘꽃이 된 글씨체’ 5편이었다. ‘점묘의 사계’는 단시조의 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같은 응모자의 다른 작품 ‘그림시’에서의 시도 또한 주목받을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다만 사유의 깊이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졌다. ‘양파의 기원’은 적절한 발상과 시조 형식을 원용해서 만들어내는 결구의 매무새가 믿음직스러웠지만 신춘에 펼쳐 놓기에는 조금 어색하고 부족함을 느꼈다. ‘아버지의 등’은 가정을 이끌어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힘 있고 건강한 메시지로 그려냈지만 새로움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시리우스의 밤’은 적절한 서정성과 재치 있는 문장으로 개성적인 매력을 보여 주었다. ‘꽃이 된 글씨체’는 노년의 서사를 잘 표현해낸 시조였다. 이 두 작품을 놓고 마지막까지 고심하다가 수틀에 앉힌 내간체의 그림 같은 김순호 씨의 ‘꽃이 된 글씨체’에 영광을 돌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아울러 그의 다른 작품들 또한 이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밝히며 시조시인으로서 대성하길 기대하고 또 빈다.
이근배·이우걸 시조시인
※202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전문은 동아신춘문예 홈페이지 (https://sinchoon.donga.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