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빈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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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0시 용산 대통령실에 걸려 있던 봉황기가 청와대에 게양됐다. 3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린 청와대 시대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중요한 것이 주권자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라고 말했다.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을 받은 과거 정부의 불통의 폐단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용산 대통령실과 청와대의 취재 밀도는 완전히 달랐다. 대통령과 참모, 기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한 용산에선 로비·복도·카페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이런 ‘우연한 접촉’이 대화로 이어지고 보도에 생생함을 더했다. 이 대통령도 취임 초 용산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취임 일주일 만에 기자 식당을 찾아 즉석 오찬을 했고, 기자들과 여러 차례 깜짝 티타임을 가졌다. 대통령 집무실과 기자실의 집적 효과를 적극 활용한 셈이다.
소통의 족쇄 된 청와대의 닫힌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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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도 이런 지적을 모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출근 첫날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과 “다음엔 통닭이라도 사 와야겠다”며 인사를 나눴고, 둘째 날에는 즉석 티타임을 했다. 앞으로도 신년 기자회견을 비롯해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언론 소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다. 취임사에선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킨 사례는 첫 인선 발표 등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당시 일부 참모들은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도 고민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 발언의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출근길 문답을 시도했다. 일부 말실수 논란이 있었지만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2022년 ‘바이든-날리면’ 논란에서 시작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임 6개월 만에 중단됐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유튜브 등에 의존하며 국민과 고립된 채 아집과 망상에 빠졌고 비상계엄으로 파국을 맞이했다.
집권 초 소통 의지가 용두사미로 끝난 것은 시스템 대신 대통령의 선의에만 기대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취임 초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난제를 만날수록 대통령은 까다로운 질문을 피하고 싶기 마련이다. 득보다 실이 크다고 여길 때 선의에 기댄 소통의 약속은 어느 순간 뒤 순위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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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직접 소통을 즐겼다. 소셜미디어 소통을 너무 즐기는 탓에 우발 사고를 우려한 참모들이 몰래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길 반복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본인의 장점을 살려 청와대 이전 초기에 새로운 쌍방향 소통 구조를 만들어 낸다면 ‘구중궁궐 청와대’라는 비판을 뛰어넘는 첫 대통령이 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깜짝 소통’도 좋지만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불편한 질문에도 꾸준히 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 인사에서 탕평을 내세운 만큼 출근길 문답도 지난 정부의 유산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시 열린 청와대가 닫힌 소통으로 귀결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윤다빈 정치부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