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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6262개”… 제주 뒤덮은 칡덩굴 비상

입력 | 2025-12-30 10:53:00

나무 성장 방해에 고사까지
4년간 1408㏊ 걷어냈지만
아직도 4000㏊ 넘게 남아
道, ‘관리 전략 수립’ 대응




제주에서 칡덩굴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칡덩굴이 무차별 확산하면서 제주도는 내년부터 관리 전략을 세워 대응하기로 했다. 제주도 제공

제주 곳곳이 칡덩굴로 뒤덮이면서 제주도 차원의 ‘관리 전략’까지 나왔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칡덩굴 제거 면적은 2022년 255㏊(헥타르), 2023년 372㏊, 2024년 267㏊, 올해 414㏊ 등 최근 4년간 1408㏊에 이른다. 이는 축구장 2000개 면적 규모다.

여름철 하루에만 줄기가 30~40㎝ 자랄 만큼 생장력이 강한 칡덩굴은 현재 제주 산림부터 도로, 주택가까지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 분화구에도 칡덩굴이 뒤덮이면서 올 10월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뿌리째 뽑힌 칡덩굴이 등장하기도 했다.

칡덩굴은 높은 곳으로 타고 올라가는 습성 탓에 큰 나무라도 한 번 엉키면 성장을 멈추고, 장기간 방치되면 고사까지 이른다. 과거 미국에서는 비탈진 언덕에 사방(沙防)용으로 칡을 심었지만, 숲 파괴, 화재 등 부작용으로 2000년대부터 유해 수종으로 지정해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칡덩굴의 확산은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주된 영향으로 꼽힌다. 과거보다 기온이 올라간 데다 해가 떠 있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빛을 좋아하는 덩굴류가 기세를 떨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택지 조성, 도로 건설, 재선충병 감염 고사목 제거 등으로 덩굴류의 생장을 막을 수 있는 숲도 많이 사라졌다. 반면 줄기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특성으로 인해 칡덩굴 완전 제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도는 향후 칡덩굴을 제거해야 할 면적이 4471㏊(조림지 2279㏊, 공원 녹지 1074.4㏊, 주요 도로변 1118㏊)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내년부터 ‘칡덩굴 체계적 관리 전략’을 수립해 부서별 책임 방제 구역을 설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관리 주체가 불명확했던 중복 구간과 관리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재확산 우려 구간 예찰 강화, 방제 기록 카드 의무화, 데이터 구축 등도 이뤄진다.

올해 산림조합과 추진하려 했던 칡뿌리 수매 사업(㎏당 2000원 안팎)은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사업이 취소됐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제주의 칡은 즙 등 상품으로 재가공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와서다.

제주도 관계자는 “올해는 물리적 제거와 함께 화학적 제거법까지 병행하면서 제거 실적이 높았다”며 “제거 방법이 어느 정도 확립된 만큼 이제는 부서 간 벽을 허무는 협업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칡덩굴 제거 사업을 비롯해 세미맹그로브숲 조성, 삼나무림 정비, 산림병해충 방재 등 산림, 정원 분야에 약 70억 원을 투입해 산림생태계의 건강성을 높이기로 했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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