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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전통주 조합’으로 장관상 쾌거··· 정수문화마을의 저력은? [ICT이노베이션스퀘어확산사업]

입력 | 2025-12-29 09:37:32


[IT동아 x 스파크랩] 동남권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확산사업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디지털 인재 양성과 지역 특화 산업의 디지털 전환, 창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서 스파크랩이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IT동아가 소개합니다.

“바바그라운드 허정 대표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유는 없지만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을 이상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한계와 구조적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했고, 사업 기간 내 성과를 넘어서 사업이 끝난 뒤에도 프로그램이 지속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더군요. 그렇게 바바그라운드와 정수문화마을 간의 협업이 시작됐습니다”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국도 2호선을 따라 동쪽으로 20분을 달리면 진주시 이반성면 오봉산로 871에 위치한 정수문화마을에 닿는다. 정수문화마을은 1994년 폐교된 이반성초등학교 정수분교를 2002년 예술가들이 개인창작실로 개조한 ‘정수예인촌’으로부터 시작했다. 이후 정수예인촌은 이후 정수예술촌으로 이름을 바꿨고,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용암리와 평촌리 일대의 마을 여덟 곳을 합쳐 농촌체험 휴양마을 겸 문화체험공간인 ‘정수문화마을’을 만들었다.

지난 12월 4일, 정수문화마을은 전국 40개 마을이 참여하는 ‘2025 소규모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지금도 정수문화마을에서는 수많은 작가와 도예가들이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농촌 체험 활동부터 한 달 살기 같은 다양한 콘텐츠들이 진행되고 있다. 정수문화마을 역시 대다수 농촌체험 프로그램들이 그렇듯 홍보·매출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2025년 소규모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전영임 정수문화마을 사무장에게 정수문화마을에 찾아온 변화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단체 중심의 일회성 체험을 가족·개인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전환

전영임 사무장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금까지 5년째 정수문화마을에서 일하고 있다. 전영임 사무장은 “농촌체험휴양마을 운영이 필요한 숙박, 체험, 음식 등의 예약부터 퇴실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마을 운영을 책임지는 한기웅 위원장과 마을 주민들도 함께한다. 또한 소규모 농촌체험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신청하는 것부터 체험하는 과정까지 전반을 책임졌다”라며 본인을 소개했다.

정수문화마을 전경 및 체험 활동 / 출처=정수문화마을


정수문화마을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기존에 진행하는 천연 염색과 전통 놀이, 한지공예는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독창성이 떨어지니 외부홍보가 유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마을 매출은 연 3000만 원 수준에 머물렀고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도 벅찬 상황에 몰렸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정수문화마을이 ‘2025 소규모 농촌체험프로그램 개발 사업’으로 신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며 농어촌공사가 바바그라운드를 소개했다.

그렇다면 왜 정수문화마을의 상황이 어려웠을까. 전영임 사무장은 “그간 학교 및 단체를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하지만 학교와 단체 모두 일회성으로 방문하니 고정 매출을 내기 어렵고, 지속적인 재방문으로 만들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가족과 개인 단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체류형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한우와 막걸리의 조화, 체험에서 즐기는 방향에 더 초점 맞춰

상품 기획은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직접 진행했다. 우선 한기웅 위원장이 전국한우협회 경남지부장을 맡고 있어 한우만큼은 좋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또 지역 내 양조장 두 곳이 차례로 문을 닫으면서 관련 노하우가 잊히지 않도록 전통주 만들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었다. 사실 전통주 만들기 자체는 다른 지역에서도 흔한 체험이었고, 허정 대표는 한우와 엮은 상품 개발을 시작했다.

정수문화마을에서 진행하는 술 빚기 체험 활동 / 출처=정수문화마을


전영임 사무장은 “허정 대표가 마을에 처음 찾아와 정수문화마을이 기존에 어떤 체험을 하고 있나를 물었다. 그래서 전통주를 만들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대로는 어렵다’고 답했다. 사실 막걸리뿐만 아니라 맥주, 와인, 전통주 체험을 하는 곳이 정말 많고, 대다수 체험은 원리를 알아가는 수준에 가깝다. 그러다 술을 만드는 체험과 별도로 한우와 막걸리를 곁들인 잔치로 가보자는 기획안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촌캉스 한우 파티! 막걸리 무제한 + 브루잉 DIY 체험에 참가한 방문객들 / 출처=바바그라운드


이어서 “그렇게 만든 프로그램이 ‘촌캉스 한우 파티! 막걸리 무제한 + 브루잉 DIY 체험’이다. 전통주 만들기 체험을 통해 만든 술은 가져가고, 한우 한 상과 함께 마을에서 미리 준비한 전통주를 원하는 대로 마실 수 있는 자리다. 프로그램 만족도가 매우 높아서 평일 중에도 30명 내외로 예약이 들어오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완성되자 바바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여행 플랫폼 ‘노는법’으로 정수문화마을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바바그라운드를 통해 36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파파트래블’이 직접 정수문화마을을 찾아 소개하기도 했다 / 출처=파파트래블


홍보 과정에서 상품 신뢰도와 유입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바그라운드 측이 정수문화마을과 잘맞는 유튜버를 섭외해 연결하기도 했다. 전영임 사무장은 “그간 농촌 체험 상품을 홍보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상품을 판매까지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한번 경험한 소비자의 만족도는 높지만 그 과정까지 믿고 따라오게 만드는 게 어렵다. 그런데 유튜버를 통한 상품 소개는 유튜버의 신뢰도를 따르므로 수월하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경로로 정수문화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었다”라고 말했다.

바바그라운드의 ‘노는법’ 서비스와 실제 예약화면 / 출처=바바그라운드


바바그라운드의 노는법은 지역 농가와 마을 등의 자원을 체계화하고 도시 소비자와 연결하는 지역 전문 여행 플랫폼이다. 기존의 여행 플랫폼은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홍보한다면, 바바그라운드는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맞춤 설계한 뒤 노는법을 통해 홍보한다. 지역 사업자가 생성형 AI 기반 플랫폼으로 직접 프로그램 상세 페이지를 만들고 노는법에 올릴 수도 있다. 바바그라운드의 전체 회원수는 지난해 대비 30% 성장한 8만 명에 달하며, 결제 금액은 전년 대비 2배 증가, 프로그램 재구매율도 25%로 성장 추세에 있다.

진주시 및 유관기관에서 정수문화마을을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출처=진주드림


전영임 사무장은 “노는법 플랫폼을 통해 상품이 경남권을 넘어 전국 단위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이렇게까지 사업을 확장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가 나서 마을 내 꽃동산 만들기에 착수했고, 유통과에서도 진주시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진주드림 쇼핑몰에 우리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시청 관계자들도 직접 현장을 찾아 체험하고, 개선 의견을 제시해 사업의 완성도도 가다듬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방문객들 반응은 어떨까? 전영임 사무장은 “가족 단위 고객으로 바뀌면서 마을에도 활기가 띄기 시작했다.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자는 게 좋은 추억이 됐다고 말하는 가족도 있었고, 두 가족은 각각 부모님을 모시고 와 가족 행사처럼 체험하고 가기도 했다”라면서 “학교에 잔디운동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고, 한 아이는 마을이 너무 좋아서 여기 살겠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고객에게 우리 마을이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이 큰 보람으로 다가오며, 정수문화마을만의 지역 가치를 실현하고 농촌이 가진 매력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라고도 덧붙였다.

전영임 정수문화마을 사무장(좌)과 한기웅 정수문화마을 위원장(중앙),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우) / 출처=IT동아


바바그라운드와 정수문화마을의 협업 사례는 2025년 농촌체험프로그램 개발 성과보고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전국적으로 40개의 농촌관광 경영체가 참여했는데 이중 1위를 차지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전영임 사무장은 “단순 체험이 아닌 체류형, 미식, 웰니스 요소를 결합해 상품성을 올린 점, 고객들과 함께하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사업 종료 이후에도 노는법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업인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답했다.

지속가능성과 수익성 확보에 큰 도움, 누구든 도전하길

전영임 사무장은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마을이 활기를 되찾으면서, 주민들도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정수문화마을이 되살아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 과거의 정수문화마을과 같은 상황에 있는 사업체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전영임 사무장은 “사업지원 종료 후에도 지속 가능한 관계, 연속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협력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마을 공동체 스스로 모든 것을 하려 하지 말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외부 파트너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 농촌을 이해하면서도 시장을 하는 협력사와 함께한다면 마을이 활기를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친구, 연인, 그 누구와도 함께 참여하고 힐링하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 계획이다. 도시에서 벗어나 신체적,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정수문화마을을 만들겠다. 1박 한우 전통주 페어링은 2026년에도 계속되며 바바그라운드의 노는법과 함께 정수문화마을의 새로운 기적을 계속 써내려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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