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한달] “미흡한 대응-소통 부족에 사과”… 기존 입장 되풀이, 보상책 안밝혀 30, 31일 국회 청문회에 동생도 불참… 의원들 “징벌적 손배 등 책임 물을것” 26일 영문 입장문 “잘못된 비난” 논란
김범석 쿠팡Inc 의장
● 청문회는 불참, 사과문은 맹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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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과문의 상당 부분은 쿠팡이 25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최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유출된 고객 정보 100%를 모두 회수 완료했다”면서 “유출자 컴퓨터에 저장된 고객 정보는 3000건으로 제한됐고, 이 또한 외부 유포나 판매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국 고객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보상 대상과 규모, 실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김 의장의 사과문은 미국 홈페이지에는 게재돼 있지 않고 국내 홈페이지에 국문으로만 게재돼 있다.
뒤늦게 사과문을 내놨지만 30, 31일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에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되고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불출석 사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은 “현재 해외 거주 중으로,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라고 했다. 국회가 추가 증인으로 채택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과 강한승 전 쿠팡 대표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연석청문위원들은 입장문에서 “(김 의장의) 불출석은 국민의 피해와 분노, 국회를 무시하는 조직적 책임 회피”라며 “더 이상 일방적 불출석을 관행처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와 국회는 추후 국정조사 실시는 물론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 국·영문 입장문 표현 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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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문본에서는 ‘쿠팡은 정부와 만나 전폭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적었지만, 영문본에선 ‘정부가 쿠팡에 접촉해 전면적인 협조를 요청했다(the government approached Coupang and asked for full cooperation)’고 표현했다. 영문본에는 쿠팡이 한국 정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쿠팡이 미국 정치권과 투자자들을 의식해 일부 표현을 다르게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영문 반박문 발표 이후 쿠팡 주가는 미국 증시에서 급반등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쿠팡 주가는 26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24.27달러로 전일 대비 6.45% 상승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사태 확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및 책임 이행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는 쿠팡에 대한 여론은 냉랭한 편이다. 쿠팡이 고객은 뒷전에 두고 미국과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 대응에만 집중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쿠팡에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촉구하며 “영업정지, 택배 사업자 등록 취소 등 우리나라 법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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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