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비수도권대 혁신모델 구축 오번대-디지펜공대와 학술 교류… 실무형 교육으로 현장 경험 쌓아 졸업생들, 미국 현지 취업률 70% 전교생 AI 역량 강화에도 집중… 필수 교과-디지털 학습 환경 마련
최근 대구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의용공학과 인공지능(AI) 메디컬 실습실에서 학생들이 의료 영상 분석과 생체 신호 처리, 딥러닝 모델 구현 등 의용공학 특화 수업을 듣고 있다. 계명대는 AI 기반 실습 교육을 확대해 의료·공학 분야 융합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 계명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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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에서 공학 기초를 탄탄하게 쌓은 덕분이죠.”
미국 애플 본사에서 배터리 품질 평가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유경진 씨(29·여)는 26일 취업 성공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근거로 결론을 내리고 검증하는 수업 및 프로젝트 수행 훈련 또한 회사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실험 분석을 할 때 성능과 안전성을 판단하는 지금 업무에 그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씨는 계명대 기계공학과의 ‘3+2 학·석사 연계 과정’을 이수했다. 계명대에서 3년, 미국 앨라배마주 오번대에서 2년을 수학하면 양 대학의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2018년 계명대를 졸업한 그는 이후 오번대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유 씨는 “국제 프로그램을 다뤄야 하는 환경에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됐다. 회의와 협업, 질문, 토론 중심의 현장에서 부담감을 떨쳐내면서 심리적 장벽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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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인재 양성 성과
계명대는 비수도권 대학의 혁신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대학과 공동 운영하는 교과과정이 글로벌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학생들은 재학 중 캡스톤 디자인(제품 설계 및 제작 실습)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산업 현장을 경험한다.
디지펜게임공학과는 미국 디지펜공대와 2008년부터 복수 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다. 디지펜공대는 게임 디자인 분야에서 북미 최고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의 미국 현지 취업률은 약 70%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AMD, PUBG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게임 기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디지펜공대는 미국 내 약 450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장기 투자 대비 수익률 분석에서도 상위 1% 수준으로 평가됐다.
2020년 계명대 디지펜게임공학과를 졸업한 정대철 씨(31)는 현재 미국 MS 본사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다. 정 씨는 “모교에서 컴퓨터 구조와 언어 원리 같은 기초를 깊게 다지며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며 “학과 교과과정에서 배운 네트워크, 알고리즘, 그래픽 등 다양한 영역을 구현해 본 경험이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포트폴리오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업에서 배운 문제 해결 방식이 실제 업무와 그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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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는 올해 9월 전국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전면 도입했다. 대학 구성원 약 2만 명은 챗GPT, 제미나이 등 8종의 유료 AI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대학은 교육·연구·행정 전반으로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교생이 ‘AI와 컴퓨팅 사고’ 교과목을 수강하도록 해 기초 역량을 갖추게 한다. 올해 1학기에는 신입생 전원에게 특강과 실습, 교과목 연계 교육 도우미 프로그램인 ‘챗GPT 팀 플랜’을 제공했다. 동산도서관은 AI 기반 ‘스마트 학습 공간’으로 조성했다.
AI 인프라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캠퍼스에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인프라를 구축했다. 노후 전산망을 전면 교체해 학내 정보 기반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SDN은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로 제어·관리하는 기술로, 이용자가 몰리는 강의 시간에도 안정적인 수업과 실험·실습 환경을 제공한다. 원격 협업과 글로벌 공동 프로젝트도 가능해졌다.
이 같은 디지털 환경은 공학 계열뿐 아니라 인문·사회, 예체능, 경찰·행정 등 전 학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전공 수업에서 데이터 분석과 문제 해결 과정을 경험하며 디지털 역량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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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달현 계명대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은 비수도권에서도 최첨단 디지털 교육 환경과 전공 맞춤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갖추면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의 꿈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 진로 지도를 고민하는 교사들이 교육의 질과 인프라, 취업 성과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