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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약, 건조하고 햇빛 안 드는 실온에 두어야

입력 | 2025-12-27 10:46:00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무조건 냉장 보관해야 안전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상식




가장 정확한 약 보관 방법은 처방한 병원에서 안내받아야 한다. GETTYIMAGES

동물병원에서 가루약, 알약, 연고, 안약 등 다양한 형태의 약을 처방받는다. 이때 보관 장소나 복용 방법, 사용 기한 등에 관한 정보는 자주 잊어버린다. 가장 정확한 정보는 처방받은 병원에서 안내받아야 하지만, 늦은 밤이나 휴일처럼 연락이 어려울 땐 기본 원칙을 숙지하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아래는 그런 상황에 대비한 참고용이며, 같은 성분이라도 제형과 조제 방법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니 반드시 담당 수의사의 지시를 우선시해야 한다.

동거견·동거묘 약 공유는 금물
내복약은 대부분 건조하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실온(30℃ 이하)으로 보관해야 한다. 약은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해야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냉장고는 온도 변화가 잦아 결로가 생기기 쉽고 습도도 높아 가루나 캡슐약은 쉽게 변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담당 수의사로부터 냉장 보관을 지시받았다면 별도 밀폐용기에 약 봉투를 통째로 넣은 뒤 온도 변화가 적은 냉장고 깊은 곳에 보관하는 게 좋다. 냉장고 문 쪽은 개폐 시 온도 변화가 크니 피해야 한다.

한국병원약사회, 대한약사회 등에선 가루로 소분된 약의 유효 기한을 6개월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약 성분이나 조제 방법, 보관 장소 등에 따라 기한은 짧아질 수 있다. 따라서 내복약은 치료가 끝난 후 폐기할 것을 권한다. 참고로, 필자의 병원에서는 상비약이나 장기간 먹는 호르몬제, 심장약을 가루로 처방하는 경우 3개월 이내 사용을 추천한다. 약이 블리스터 포일 형태라면 겉면 유효 기한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단, 포일이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겼다면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으니 즉시 폐기해야 한다. 편의를 위해 포장을 벗겨 다른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도 안 된다.

사용 기한이 남았더라도 약의 색깔, 제형, 냄새 등이 변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수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특히 가루약은 습기에 노출될 경우 색이 변하거나 끈적해지곤 한다. 알약 겉면이 갈라지고 쉽게 바스러지면 변질됐다는 신호다.

간혹 처방받은 가루약의 양을 임의로 조절해 먹일 때가 있다. 반려동물의 체중 폭은 사람에 비해 훨씬 넓기 때문에 대개 체중에 맞게 약을 제조한다. 따라서 같은 병이라도 동거견이나 동거묘가 복용하던 약을 먹여서는 안 되고, 처방받은 약은 다 먹이도록 한다.

색과 냄새 변했다면 즉시 사용 중단해야
내복약과 마찬가지로 외복약도 햇빛이 들지 않는 실온에 보관해야 한다. 일부 안약이나 피부 연고는 냉장 보관이 필요한데, 온도 변화가 잦은 냉장고 문 쪽보다 냉장고 안쪽 깊은 곳에 보관하는 편이 안전하다.

완제품으로 받았다면 겉면에 표시된 날짜를 유효기간으로 하되, 개봉 후에는 1개월 이내까지만 사용한다. 개봉하면 제품이 외부 환경에 노출돼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오염을 최소화하려면 안약은 투입구가 눈에 닿지 않도록 1~2㎝ 떨어진 상태로 넣고, 연고는 면봉이나 전용 스패철러로 덜어서 사용한다.

병원에서 소분된 제품을 받은 경우 처방 날짜로부터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둥글고 납작한 피부 연고 용기는 밀폐되지 않아 내용물이 쉽게 마를 수 있는데, 여기에 담긴 크림 제형 연고는 빠르게 굳는다. 연고 통을 작은 밀폐용기에 통째로 담아 보관하면 변성을 늦출 수 있다.

반려동물의 외이도(귓구멍 어귀로부터 고막에 이르는 관)는 사람보다 길고 좁으며 ㄴ자 형태로 꺾여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투입구에 긴 대롱이 달린 귀 연고를 사용하면 귀지나 피부와의 접촉이 불가피하다. 대롱 끝이 오염되기 쉬운 만큼 치료가 끝난 후엔 사용 기한이 아직 지나지 않았더라도 폐기하는 게 좋다.

만약 외용제 색이나 냄새, 질감이 변했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보기에 변화가 없더라도 반려동물이 불편함을 호소할 경우 사용을 중단하고 수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반려동물 건강을 위해 처방된 약일지라도 잘못 다루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보관 부주의나 약물 오남용은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상태를 악화하기도 하니 올바르게 관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약을 안전하게 다루는 일은 보호자만 할 수 있는 치료의 일부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주저 없이 동물병원에 문의하자. 보호자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으로 이어진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19호에 실렸습니다》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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