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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인터넷 서신 폐지로 재판지연… 국회서 재도입 관련법 발의”

입력 | 2025-12-29 04:30:00

[LAWFIRM]
변호인-의뢰인 소통 기회 줄어들어
범행 인정 여부 모른채 법정 입장도
재도입 지연 대비해 헌법소원 검토




“지난 정부 들어 ‘교정기관 인터넷 서신 서비스’가 끊어지면서 재판이 공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재판 지연의 원인 중 하나다.”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남은 임기 중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교정기관 인터넷 서신 서비스 재도입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구치소나 교도소 수용자에게 인터넷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무료 서비스다. 2005년 도입된 이후 수용자 가족뿐만 아니라 변호인들이 변론을 위해 활용해 왔는데 2023년 10월 폐지됐다.

교정기관 인터넷 서신을 없앨 당시 법무부는 서비스 악용 사례가 늘며 교정 행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서비스 폐지로 인해 피의자, 피고인의 조력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회장은 “일반인은 몰라도 변호사가 인터넷 서신으로 음란물을 반입하는 등 악용한 사례는 없다. 그런 이유로 변호사 서신까지 막는 건 과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명시된 권리”라며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또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디지털 행정의 모범 국가다. 교정기관 인터넷 서신 서비스를 중단한 건 국가 정책 기조와도 모순된 조치”라고 말했다.

변호인과 의뢰인 간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조 회장은 설명했다. 간단한 의견조차 접견에 의존해야 하고, 접견도 시간과 공간, 횟수가 제한돼 있어 의뢰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하지 못한 채 법정에서 만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현재 구치소 접견은 시간대별로 전날 오후 4시까지 신청해야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소수만 접견이 가능하고 긴급한 접견은 어려운 구조”라며 “의뢰인과 소통할 수 있는 손발이 다 끊어져 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구속사건 의뢰인들은 급하게 변호인을 찾아 사건을 맡긴다. 급박한 상황에선 의뢰인이 범행을 인정하는지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재판에 들어간다”며 “재판이 공전하고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간 서울변회는 법무부에 교정기관 인터넷 서신 서비스 재도입을 요구해 왔다. 현재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발의된 상태다. 서울변회는 재도입이 늦어지는 경우를 대비해 헌법소원 역시 검토하고 있다.

조 회장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공판 준비 절차와 증거 제출 과정은 변호인과 피고인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전제로 하는데 그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이러한 제약은 재판의 불필요한 공전을 초래해 사법 비용을 끌어올리고 사법 정의 실현을 지연시킨다.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 접견교통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고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국가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정기관 인터넷 서신 서비스 재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서울변회는 국민의 실질적 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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